문재인 정부, 여전히 자회사 방식 허용 입장···상반기에 자회사 처우 등 개선책 발표 계획
‘원청 책임 없는 한계’ 등 노동계 반발 사 논란 예상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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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 실현,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를 기치로 내세웠다. 그러나 집권 4년차를 맞은 지금 문 정부의 노동 정책은 수정, 보완되고 국회 처리 지연 등으로 노동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경영계는 경영계대로 ‘친노동 정부’라는 불만이 있다. 시사저널e는 2020년에도 지속될 노동정책 가운데 공공부문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 산업안전 대책, 주52시간제, 최저임금, ILO 핵심협약 비준 등 5개의 이슈를 중심으로 논란 내용과 개선점 및 대안 등을 보도한다. [편집자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어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로 사회통합을 막고 있고 그 때문에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특히 업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안전과 생명 관련 업무에 그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겠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더 늘리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방안이 쉬운 것은 아니다. 기업에 부담될 수도 있다. 노사정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노동자들께서 한꺼번에 다 받아내려고 하진 마시고 차근차근히 해나가면 제 임기 중에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확실하게 바로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2일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노동존중사회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그 첫걸음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공부문에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IMF 이후 이 사회에 뿌리박힌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단계적 해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곧바로 정부는 그해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2020년 문 정부는 임기 반환점을 돌고 집권 4년차가 됐다.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상당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됐다. 그러나 46개 기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공공기관의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화를 하면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다. 아직 정규직화 방식을 선택하지 못한 현장에서도 하청 노동자들과 사측은 직고용 방식과 자회사 방식을 두고 다투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겪는 곳에서의 하청 노동자들은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는 또 다른 용역회사와 다르지 않다며 안전과 처우 개선 등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직접고용 시 추후 비용 증가와 노조 강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여기에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자회사 방식 허용 입장이다.

◇ 직고용과 자회사 방식 두고 노사 갈등···정부 여전히 자회사 허용 입장

우선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추진으로 상당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됐다.

정부는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 정규직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계획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6월말 기준 18만500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이는 전환 계획의 90.1%에 해당한다.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18만5000명 중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이 완료된 인원은 15만7000명(84.9%)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으로 고용안정과 함께 전환자들의 처우개선 효과도 있다고 발표했다. 전환자에게 복리후생비를 차별 없이 지급토록 해 월 20만원 이상의 임금 인상효과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2019년 5월 한국노동연구원이 정규직 전환자(1815명)를 대상으로 처우개선 수준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환 전과 비교했을 때 연간 평균 391만원(16.3%)의 임금인상이 있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방식을 살펴보면 대상 기관 가운데 46곳이 파견‧용역 근로자를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했다.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 완료된 인원은 3만여명으로 전체 전환완료 인원 18만여명의 19.0%에 해당한다.

자료=고용노동부.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고용노동부.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특히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경우 정규직 전환 완료인원 7만7000명 중 자회사로 전환된 비율은 38.8%(3만여명)로 나타났다.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일부 기관과 자회사 방식을 추진하는 기관들에서는 하청 노동자와 사측의 갈등이 깊다. 일례로 발전소와 하청노동자들, 국립대병원과 하청노동자들, 한국도로공사와 하청 소속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이 극심한 갈등을 보였다.

발전소의 경우 2018년 12월 하청노동자 김용균(24)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김용균 사망 사고의 근본 원인이 전력 발전 산업의 ‘원·하청 구조’라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청인 발전사와 하청업체 간 소유와 운영이 분리되면서 책임 회피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특조위는 정부와 발전소 측에 하청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과 노무비 착복 근절을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은 특조위가 권고한 하청 노동자의 발전사 직접고용과 노무비 낙찰률 미적용을 외면했다. 당정은 발전소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 방식 가운데 직접고용과 자회사 방식을 노사가 알아서 정하라고 했다.

국립대병원과 하청노동자들도 정규직화 방식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일부 국립대병원은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직접고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나머지 국립대병원들은 자회사 방식을 추진하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공공부문 여러 현장에서 직고용과 자회사 방식을 두고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정부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파견·용역은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자회사 등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의 원칙으로 상시 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상시 지속 업무는 직접 고용을 통한 정규직화를 원칙으로 하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직접 고용을 위한 세부적 기준이 없었고 정규직화 방식을 노사에 맡기고 방치하면서 본래 의도와 다른 갈등을 만들어냈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가 기존의 용역업체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회사 방식의 문제점으로 ▲원청 책임 회피에 따른 안전사고 취약 ▲처우 개선 효과 미미 ▲고용 안정성 미흡 등을 꼽고 있다.

지난해 6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자회사 전환실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화된 33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 개선과 고용 안정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가 수집된 32개 공공기관의 자회사 전환 후 노동자들의 한달 평균임금은 254만7636원으로 자회사 전환 전보다 10.96%(25만1839원) 올랐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임금 인상률 16%보다 낮다. 이는 이전의 용역업체와 마찬가지로 자회사가 중간에서 이윤, 일반관리비, 부가세 등을 중간에서 가져갔기 때문이다.

고용 안정성도 부족했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원청은 계약서 상 원청의 예산 감소나 예산 미확보, 정부 정책 변화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중소기업은행, 중소기업유통센터,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은 자회사의 쟁의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 3권에 대한 침해로 지적받고 있다.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된 곳에서는 안전사고 가능성도 여전히 컸다. 유기적으로 수행돼야 할 업무가 원청과 하청 분리에 따라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발전소 원청과 하청의 소유와 운영 분리로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자회사 방식을 고수하는 일부 공공부문 기관들은 추후 비용 증가 등을 우려한다. 한 국립대병원 사측 관계자는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도 지금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매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자회사 방식 허용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질 좋은 자회사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이후 만들어진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노동자 처우, 노동조건, 계약방식, 자회사 이윤 등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정규직화 자회사 방식의 대책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침에서 자회사 방식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며 “다만 정부는 노동부와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이를 위한 원하청 공동협의 지침 강화 등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계획의 전제는 기본적으로 자회사 방식을 허용하는 것이다. 또한 원청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자회사 방식으로 원하청 공동협의 강화 지침을 내놓더라도 원청의 법적 책임이 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 이에 노사 갈등은 이어질 것”이라며 “원청의 법적 책임강화에 대해 국회는 손 놓고 있다. 정부가 정부안으로라도 원청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고 기재부의 예산을 늘려 실효적 대책을 내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업 가운데 마지막 3단계인 민간위탁기관의 정규직 전환은 거의 추진되지 않고 있다. 2017년 정부는 1단계로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교육기관·지방공기업, 2단계로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자회사의 정규직 전환을 하고, 3단계로 민간위탁기관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 국장은 “정부는 1단계, 2단계, 3단계를 통틀어 60여만명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1단계에서도 20여만명이 정규직화 대상에서 빠졌고 3단계 민간위탁기관의 정규직화 정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정부는 이처럼 미흡한 부분에 대해 후속 계획과 정책을 발표해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들이 지난 8월 22일 오후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직접고용 정규직전환 요구 파업결의 대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립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들이 지난 8월 22일 오후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직접고용 정규직전환 요구 파업결의 대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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