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난해 이어 올해도 증권사 부동산 돈줄 조이기 나서
8대 증권사 채무보증 고정이하비율 평균 0.03% 
증권업계 “위험관리 제대로 해 우려 없다”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증권사에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줄 조이기에 나서면서 증권사들이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부동산 부문의 시장이 확대된 것은 맞지만 위험관리 측면에서는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이 과도하게 부동산 채무를 양적 부분에서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난 7일 투자은행(IB) 신용공여 대상인 중소기업 범위에서 특수목적회사(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권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증권사의 경우 SPC에 5조원 이상이 대출됐고 이 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제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이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영업활동은 하지 않고 부동산에만 자금을 제공하고 있어 이 부분을 규제하겠다는 의미다. 

◇증권업계 채무보증 관련 고정이하여신비율 0%

증권업계는 부동산금융 총량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위험관리 측면에서 보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이 경기에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선제적 건전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업계도 이런 부분을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에 해당 자산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왔고 부실화 정도도 굉장히 낮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채무보증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부동산PF 채무보증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를 중심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투사의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2016년 말에 3조4000억원, 2018년 말에 4조1000억원, 2019년 6월말에 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6월말을 기준으로 전 금융권 부동산PF 채무보증 가운데 증권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93.2%를 차지했다.  

8대 증권사의 채무보증의 고정이하여신비율. / 도표=시사저널e

하지만 증권업계의 부동산PF 채무보증 자산 위험성은 대출 총액 증가에 비해 전혀 커지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8개 종투사의 채무보증 관련 고정이하자산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KB증권(0.29%)을 제외하면 모두 0%를 기록했다. 이에 종투사 평균 고정이하자산비율은 0.036%를 나타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금융사가 시장에 내준 전체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의미한다. 이 숫자가 높으면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이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한투증권과 미래에셋, NH증권, 삼성증권, 하나금투, 신한금투는 3년째 이 비율을 0%로 유지 중이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2018년 12월말 고정이하금액이 1480억원(고정이하여신비율 2.25%) 늘어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을 개선해 다시 0%로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의 채무보증 건전성은 은행의 대출 자산 건전성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일반 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9%로 나타났다. 

전체 금융권과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액 추이. /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 “우량한 자산이라도 일시에 건전성 악화 우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현재 우량한 자산이라도 관련 자산 건전성이 일시에 급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PF 대출이 대규모로 부실화했던 2010년의 경우 건전성 악화가 급격히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의 PF 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면 2008년 말에 2.6%, 2009년 말에 2.3%로 유지됐지만 2010년 말에 16.4%로 크게 상승한 바 있다. 

이에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PF 대출 차입자가 통상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SPC·시행사인 경우가 많아 종투사의 기업신용공여 취급한도 확대분(자기자본의 100%)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PF 대출에 활용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증권업계 전반으로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금융위의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현재로선 채무보증 자산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당국이 정부 기조에 맞춰 부동산금융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