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황창규로 굳어진 이미지 변화도 신경써야”

구현모 KT CEO 내정자 / 사진=KT
구현모 KT CEO 내정자 / 사진=KT

KT 차기 CEO로 구현모 사장이 지난달 말 내정됐다. 구 KT 차기 CEO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본격적으로 KT를 이끌게 되는데, 취임하자마자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내부에서는 구 내정자가 어떤 사업 전략을 펼칠지를 놓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구 내정자가 풀어내야 할 KT 내부 과제를 긴급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KT는 오는 13일로 예정됐던 직원 인사평가 일정도 9일로 앞당기면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상 연말에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진행됐으나 CEO 인선 때문에 미뤄졌다. 이번에는 인수위원회 절차도 생략돼 서둘러 조직 개편을 마칠 예정이다.

구 내정자는 KT에 30년 이상 근무한 정통 KT맨으로서 적응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좀 더 속도감 있게 새로운 경영 전략을 펼치는 분위기다.

재계는 구 내정자가 꼭 풀어야 할 숙제로 4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우리나라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영 정상화다. 케이뱅크는 자금난으로 지난해 12월31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방식의 소액대출 서비스 ‘쇼핑머니’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직장인 대출, 중금리 대출 등에 소액대출까지 중단되면서 예적금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여신상품의 판매가 멈추게 됐다 당초 2대주주인 KT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케이뱅크 자본을 확충시킬 계획이었지만 KT가 입찰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일 때문에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

KT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형벌을 부과받은 사유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가장 급한 불은 케이뱅크일 것이다. 시작해놓고 이렇다 할 성과는 없이 돈만 들어가고 있다. 차별화도 없다”며 “금융과 통신이 융합하는 상황에서 케이뱅크는 KT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에게도 별 이익이 없고 사용할 매력이 없는데, 여기에 대한 구 내정자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대응도 과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모두 케이블TV와 손잡고 시장을 넓힌 상황에서 KT도 새로운 변화를 위해 인수합병 등을 통해 미디어 저변을 넓혀야 한다. 구 내정자는 나스미디어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홈미디어 시장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이 국내로 몰려오면서 이에 대응할 KT OTT 시즌의 경쟁력 확보 및 콘텐츠 다변화도 필요한 시기다. 시즌이 다른 OTT와 큰 차별화를 갖지 못하면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 디즈니 OTT인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의 ‘애플TV 플러스’가 국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IPTV와 제휴를 맺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전략도 짜야 한다.

‘친(親)황창규’로 굳어진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구 내정자는 지난 2014년 황창규 KT 회장 취임 후 첫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만큼 황 회장과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KT에 문제가 많다고 느낀 직원들은 구 내정자 확정에 실망했다”며 “황 회장과 함께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론이 빨리 내려져서 리스크를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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