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협약에 따른 사전 변경절차 안 거쳐”

국내 최초의 한국형기동헬기KUH (별칭 ‘수리온’). / 사진=방위사업청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최초의 한국형기동헬기KUH. 별칭 수리온. / 사진=방위사업청 홈페이지 갈무리

첫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의 초과개발비용을 두고 정부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계속해 패소중이다.

법원은 초과개발비용과 관련해 맺은 협약에 따른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정부에게 초과개발비용 지급 의무가 없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 부장판사)는 KARI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개발 중 환율상승에 따라 추가로 발생한 개발비용 환차손 230억원을 지급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사건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삼성테크윈), 한화테그엠(한화), 두산(두산모트롤), 현대위아, 퍼스텍이 원고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해,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이들이 부담한다.

앞서 정부는 군이 운용 중이던 노후화된 외국산 헬기를 국산화해 전력화하고, 군용 헬기 외에도 민수 헬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민·군 겸용 구성품을 개발하고자 2005년부터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KHP, Korean Helicopter Program)을 추진했다. 주요 사무는 방위사업청이 맡았다.

개발주관기관으로는 KARI와 KAI,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KAI는 국내체계종합업체로서 체계개발을 종합적으로 주관하는 등 역할을 맡았고, KARI와 ADD는 이를 지원하고 민·군 겸용 핵심구성품 및 군용 핵심구성품 일부를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다. 총 협약금액은 KARI가 3331억원, KAI가 13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개발과정에서 환율변동 등으로 추가비용이 발생하자 KRRI와 KAI는 “이 협약에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므로 초과 비용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KARI가 진행한 이 사건의 쟁점은 정부와 체결한 계약서 내용 중 ‘특수조건 제9조 제1항’ 에 따라 정부가 초과비용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특수조건은 ‘협약체결시 협약금액 이외의 초과비용은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협약목적물 및 개발계획의 변경에 따른 초과비용이나 개발계획서상 물가상승, 환율변동 등의 차이에 의한 초과비용은 방위사업청과 협의해 사업비 증가에 따른 협약변경을 할 수 있으며 방위사업청의 승인분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여기서 말하는 승인이란, 금액 변경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협약 변경계약 체결의 의사를 전제로 하고, 이 같은 절차가 없다면 당연히 초과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외적으로 환율변동 등으로 인한 초과비용은 정부의 ‘승인분’에 한해 협약변경을 통해야 인정될 수 있고, 이 같은 의사나 구체적 절차 진행 없이 정부에 당연히 초과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초과비용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신뢰보호의 원칙과 비례원칙을 위반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 앞서 같은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지난 2018년 8월 KAI가 “126억여원을 달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정산금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KAI가 항소한 사건 역시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에서 기각됐고,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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