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2020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 개최···4만여명 구직자 몰려
공공기관 채용, ‘공정의 가치·사회적 가치 확산’에 역점···“공정채용에 앞장설 것”

“공공기관, 신의 직장이잖아요. 올해는 꼭 취업하고 싶어요.”

8일 오전 10시30분. 이른 아침부터 지하철 양재시민의숲 4번 출구부터 양재동에 위치한 aT센터는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취업 정보 하나를 더 얻기 위한 이들의 발걸음이 ‘2020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로 옮겨진 것이다. 이른바 ‘취업 한파’를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에 취업하기 위한 구직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최측 추산 인원은 4만 여명에 달했다. 이번 채용박람회에는 한국전력공사,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해 역대 최다 규모인 141개 주요 공공기관이 참석해 구직자들에게 채용 정보와 취업 노하우를 제공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취업준비생 서동현(28)씨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올해는 꼭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씨는 한 손엔 스마트폰, 또 다른 손엔 스펙과 각종 채용 정보를 빼곡히 적은 수첩을 들고 있었다. 그는 “취업이 잘 안 된다”며 “서류 등 기초적인 부분을 점검받고,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언급하며 공공기관 취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추운 날씨에 검은 롱패딩을 입은 취준생들로 가득해 내부에선 한 걸음을 옮기기 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구직자들은 모의 면접, 직업기초능력 검사, 한국사 모의시험, 인성검사 체험 등의 정보를 얻고, 지역인재 취업 성공전략, 블라인드 채용 전략 특강을 듣기 위해 줄을 섰다.

특히 취준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한국전력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부스에는 취업 상담을 원하는 20~30명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박람회를 찾은 수만명의 취준생들은 각종 취업 정보 외에도 정부가 이날 발표한 ‘신규 채용 인원’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주관인 기획재정부는 매년 1월 초 박람회를 열고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를 발표한다.

8일 기획재정부가 ‘2020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열었다. / 사진=최기원PD
8일 기획재정부가 ‘2020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열었다. / 사진=최기원 PD

오전 11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개회사 소식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구직자들은 홍 부총리가 서있는 메인 무대를 둘러쌌다. 정부의 발표를 앞둔 박람회 내부엔 긴장감도 맴돌았다.

홍남기 부총리는 개회사를 통해 “공공서비스 확충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전년 계획 대비 2000여명 이상 늘어난 2만56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신규채용 인원은 2만3284명이었다. 작년보다 늘어난 규모에 구직자들은 “생각보다 많이 뽑는다”, “올해는 취업할 수 있을 듯”이라며 취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채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홍 부총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역할”이라며 “올해는 혁신성장을 이끌어갈 연구인력, 에너지 및 보건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한 인력 등 공공서비스 확충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인재를 중심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준생들은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 담당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이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취업준비생 A씨는 고졸 채용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A씨는 “고졸 채용자들이 자기소개서에 어떤 것을 쓰면 좋은지, 어떤 것을 준비하는 게 좋은지 등을 알기 위해 박람회에 왔는데 오히려 더 막막하다”면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린 것을 보니 아직 나는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 중인 이주연(26)씨는 “대학교 과 특성에 맞게 취업하려면 공공기관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관련 정보를 여기서 얻어 준비해서 올해는 꼭 공공기관에 취업하고 싶다. 그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8일 기획재정부가 ‘2020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열었다. / 사진=최기원PD
8일 기획재정부가 ‘2020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열었다. / 사진=최기원 PD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점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온 고등학생들이다. 이들은 공공기관 채용 정보를 얻기 위해 한 손엔 수첩을 들고 필기하며 채용 부스 곳곳을 들렀다.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정규직 자리 하나를 꿰차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기업은 다소 안정적인 기업이라는 인식이 이들 사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김다혜(18)씨와 문혜림(18)씨는 양손 가득 홍보물을 갖고 박람회를 둘러보고 있었다. 김씨와 문씨는 “진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공공기관 취업 준비를 했다”면서 “안정적이고 노후 보장도 된다고 생각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씨는 “취업 준비를 할 때 기업별 정보를 구직자가 하나하나 다 찾아봐야하는 게 어렵다”며 “관련 자료를 구하기 쉽지 않다 보니 취업 방향성을 잡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이번 공공기관 채용 과정에서 ‘공정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 확산’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공정채용에 공공기관이 적극 앞장서겠다”며 “2017년부터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 방식 개선과 외부 면접관 교육을 통한 역량 제고 방안 등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채용 문화를 확립하겠다”고 역설했다.

홍 부총리는 “생명·안전·형평 등 사회적 가치 실현 분야의 채용도 계속 힘쓰겠다”며 “지난해 공공기관 안전 관련 전문 인력을 1500여명 증원해 채용했는데 올해도 안전경영 확산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증원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이번 ‘2020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는 오는 9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박람회에는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 원장과 함께 공공기관장들이 참석해 구직자들의 구직 애로사항 등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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