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세 진영 간 지분율 차이 크지 않아
추가 지분 매입 암시한 반도건설···캐스팅 보트 역할 가능성 높아져
KCGI, 3개월 만에 유튜브 영상 게재···대한항공 ‘부채비율’ 지적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둔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셈법도 복잡하게 됐다. 경영권 분쟁중인 세 진영 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델타항공에 이어 반도건설도 주주총회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전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필요하다면 더 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건설은 최근 공시 기준(작년 11월 말)으로 한진칼 지분 6.28%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주주로는 KCGI(17.29%), 델타항공(10%)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지분율이다.

권 회장은 일단 한진칼 주식 매입 의도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선 반도건설이 3월 주총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계획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 회장 역시 3월 주총에 대해선 “아직 경영권 참여 여부에 대해선 말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주총 전까지 다양한 주주로부터 의견을 들어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캐스팅 보트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둔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원태 회장의 셈법도 복잡하다. 현재 경영권 분쟁은 크게 세 진영에서 이뤄지고 있다. 조 회장은 본인 지분 6.52%에 정석인하학원 등 비영리재단 지분 3.38%를 영향력에 두고 있다. 일각에선 델타항공이 친분을 감안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또 다른 진영은 조 회장의 경영 방식에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조 전 부사장 한진칼 지분은 6.49%다. 업계선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이 조 전 부사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이외에도 지분 17.29%를 확보 중인 KCGI도 꾸준히 경영권을 견제하는 모습이다. KCGI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대한항공의 재무 상황을 재차 지적했다. 지난 6일 KCGI는 공식 유튜브채널을 통해 ‘항공업 위기, 한진그룹의 대응은?’이란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엔 신민석 KCGI 부대표가 나온다. 신 부대표가 지적하는 핵심은 ‘높은 부채비율’이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3분기 기준 861.9%이다. 부채비율은 매 분기 순손실이 늘면서 악화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손실은 7094억원이다.

신 부대표는 “코스피200 상장사 중 대한항공이 가장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코스피200 평균 부채비율이 91.3%라는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수준”이라면서 “영구채 1조원이 자본이 아닌 부채로 인식될 경우 부채비율은 106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선 KCGI가 3월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견제에 들어갔다고 분석한다. 약점을 부각시켜 현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도를 낮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상을 보면 마치 PPT를 통해 무언가를 보고하는 듯한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KCGI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반면 한진그룹 경영진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 입장에선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면서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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