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예비후보, 공개 정책토론회 제안···후보들, 농촌 개혁 공약 몰두
대의원 조합장 중 초·재선 다수···586세대 표심 중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조합장, 이성희 전 중앙회 감사위원장, 유남영 전북 정읍조합장, 김병국 후보 전 서충주 조합장/사진=농협중앙회 및 각 단위 농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조합장, 이성희 전 중앙회 감사위원장, 유남영 전북 정읍조합장, 김병국 후보 전 서충주 조합장/사진=농협중앙회 및 각 단위 농협

지역 간 합종연횡에 따라 당락이 좌우됐던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최근 조금씩 변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어려워진 농촌환경으로 인해 농업 개혁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조합장들의 연령도 젊어져 후보의 출신 지역뿐만 아니라 정책 공약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예비후보들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농업 개혁 정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으며, 다른 후보들에게 공개 정책토론회를 제안한 이도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6일 김병국 전 서충주 조합장은 농협중앙회장 예비후보들에게 공개 정책토론을 제안했다. 농협방송(NBS)이나 지상토론회 등을 통해 농업인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후보와 정책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전 조합장은 “지금과 같은 지엽적인 정책 홍보 방식으로는 유권자가 후보를 검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결국 지역구도 선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의 경영철학과 정책, 공약에 대한 자질 검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김 전 조합장의 시도는 최근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부는 정책선거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예비후보들이 다른 지역과의 연합에만 몰두했던 과거 양상과는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들이 정책 공약에도 일정 부분 무게를 싣고 있다. 아직은 정식 후보등록(16~17일)과 공식 선거운동 기간(18~30일)이 아니지만 주요 후보들은 모두 큰 틀의 정책 방향을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

주요 후보 중 한 명인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 조합장은 ‘Ten-Ten 운동’(농가 생산비 10% 절감과 수취가 10% 증대)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농민수당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고향사랑기부제, 정부 농업 예산 증액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은 ▲정부·지자체·농협·농민이 함께 참여하는 ‘농민 월급제’▲농축산물 유통체계 개혁 ▲디지털 농협을 위한 4차산업 혁명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 조합장은 ▲상호금융을 전문 자산운용기관으로 육성 ▲조합장의 농협중앙회 경영 참여 확대 ▲도시농협·농촌농협 격차 해소 ▲농축협 중심의 농협중앙회 경영 혁신 등을 내세웠다.

유남영 전북 정읍 조합장은 농협 경제지주를 회원농협 중심의 경제사업으로 재개편하고 도시농협의 역할을 재정립해 농촌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강호동 합천 율곡 조합장은 경제·금융지주 및 자회사의 자율·책임경영 강화와 회원농협 중심의 농협중앙회 혁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정책선거 흐름을 불러 온 가장 큰 요인은 농촌의 경제 상황 악화다. WTO 개도국 포기, 농가부채 확대, 농가 부채 불균형 등의 악재로 인해 늘어난 농업 개혁 요구에 각 후보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의원 조합장들의 세대교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의원 조합장의 수는 총 293명으로 선거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이들을 제외한 291명이 투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291명 중 재선 조합장이 139명(4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초선 조합장이 70명(24%)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난 2015년과 지난해 시행된 1, 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결과 대규모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연령대에서도 역시 60대(111명·38%)보다 50대(166명·57%)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의원 평균 연령도 58세로 지난 선거 때보다 낮아졌다. 지난 선거의 대의원 평균 연령은 60대 초·중반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성향의 586세대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농협 내 관계자는 “공개 정책토론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후보들 사이에 정책 검증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그동안의 지역주의 선거 양상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지만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료=농협중앙회/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농협중앙회/표=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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