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삼권분립 훼손, 국회 무시한 처사”···與 “헌법·국회법 상 문제없다”
정 후보자 “의전서열, 현직 국회의장에게 적용”···“역할 있다면 격을 깨는 것이 옳다”
협치내각 중요성 강조도···임명동의안 처리 고려, 野 자극 없이 차분히 답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인사청문위원들의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인사청문위원들의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실시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삼권분립 훼손‧협치내각 구성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해당 문제들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밝히며 공방을 이어갔다. 특히 야당은 정 후보자를 추궁하며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안정감, 소통력 등을 부각시키며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야, ‘삼권분립 훼손’ 여부 두고 공방···정 후보자 “입법부 구성원에 송구”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만큼 국무총리직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법부 1인자’가 ‘행정부 2인자’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되는 행위라는 주장이었다.

한국당 소속 나경원 인사청문위원장은 “국회의장에 계셨던 분이 국무총리로서 오늘 인사 검증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의회의 중요성을 대폭 떨어뜨리는,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행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현아 의원도 “대한민국 헌법은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하라고 명문화하고 있다”며 “전임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로 간다면 집권여당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국무총리가 국회의장보다 의전 서열이 낮아 정 후보자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 자체가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 한국당의 주장이다. 또한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단순히 의전서열이 뒤바뀌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을 견제하던 국회의장이 그 밑에 가서 임명장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정신에 반한다는 것”이라고 맹공을 폈다.

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 후보자가 지명된 것에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김상훈 한국당 의원은 “총선이 치러지는 해에 특정 정당(민주당)의 당적을 갖고 계신 분이 새롭게 국무위원으로 임명되는 것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거에 위협이 되는 요인”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와 같은 공세에 민주당은 헌법, 국회법 등 상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헌법 43조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 국회법 29조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직 외에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 등 조항에서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을 겸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삼권분립 공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고, 같은당 박경미 의원도 “만약 삼권분립 위배라면 이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권분립 위배로 비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국무총리를 임명해 중립성을 해치려 한다는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이전 정권의 예를 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원세훈 전 행정안전부 장관(18대 총선),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19대 총선), 황교안 전 권한대행(20대 총선) 등 한국당 인사들의 재임 당시 총선을 치렀다고 설명하면서, 한국당의 주장은 정치적 공세라고 일축했다.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국무총리의 경우 장관 후보자들과는 달리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비교적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정 후보자는 삼권분립 훼손 여부와 관련해서는 “(외교부 의전편람에 나오는) 의전서열이라는 것은 현직 국회의장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며 “현직 의장이 총리로 가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삼권분립 파괴하는 것이지만, 저는 현재 의원 신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께서 달리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제가 할 역할이 있다면 그 격(格)을 파(破)하더라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입법부 구성원(국회의원)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고, 마땅치 않을 수 있다. 그건 인정한다”며 “입법부 구성원에 송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를 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를 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후보자 “총선 이후 협치내각 대통령께 건의”···대선 출마 문제는 일축

이날 청문회의 또 다른 쟁점은 ‘협치내각’이었다. 정 후보자가 모두 발언에서 “21대 총선이 끝난 뒤 제(諸) 정당이 참여할 수 있는 협치내각 구성을 대통령께 적극 건의 드릴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목요클럽과 같은 대화 모델을 되살려 각 정당과 각계각층의 대표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겠다”며 “격의 없는 만남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정부·의회 간 협치를 이뤄내고 다양한 사회갈등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거국내각 가능성 등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염두한 발언이냐는 질문을 이어갔다.

정 후보자는 “협치내각이 거국내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현재 과반의석을 가진 정당이 없다. 국회선진화법을 바꾸지 않으면 협치 없이 국정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과 함께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정파와 협치내각을 구성해야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며 “4차산업혁명을 위해서라도 협치내각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2022년 대선 출마 생각은) 전혀 없다”며 “총리직에 충실하겠다. 제가 총리 인준을 받으면 정말 이 시대에 국민들이 원하는, 경제 활성화와 통합을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도 비교적 명쾌하게 답변했다.

야당이 제기한 부당 재산 증식 의혹과 관련해 그는 선거비용 보전금, 개인연금, 배우자 보훈연금 등을 언급하며 전체 자산이 늘어난 것은 충분히 소명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녀 유학비용에 대해서도 그는 “맏딸은 장학금을 받고 생활비도 지원받아 제가 경제적 부담이 없었다”며 “아들도 직장을 가진 적이 있고 며느리가 일해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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