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신년사에 전문가들 “대북제재 국제공조 틀 속에서 적극성이라는 한계” 평가
3월 한미연합훈련 중단 및 유예 여부 주목···‘중·러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정부 입장 관심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협력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으로 나서는 데는 인식의 한계를 보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오는 3월 한미의 연합훈련 중단 및 유예 여부를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다”며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한 해, 지켜지지 못한 합의에 대해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 이유를 되짚어보며 한 걸음이든 반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번의 정상 간 공동선언을 이끌어 냈지만 그 이후 공동선언에서 발표한 남북 협력 등 합의 사안들을 이뤄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남북 관계가 후퇴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동시에 기존 보다는 남북 관계에서 적극성을 보이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남북 협력에 대한 적극성은 기존보다 커졌지만, ‘국제공조 특히 미국과의 공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적극성이라는 점은 한계로 분석했다. 이 정도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의미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문 대통령 신년사에서는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과 관련한 발언이 없었다. 북미 양측에 상호 적대 행위를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발언도 없었다”며 “북한의 관심사는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실질적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알맹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문 대통령의 남북 관계 발언은 적극성에 대한 의지는 있으나 미국을 넘어선다는 용기가 없었다”며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북한은 부정적 입장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김광수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은 “현재 북한은 남북 정상 간 합의 사안대로 민족 자주의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눈치를 벗어나라는 것인데 대통령의 신년사는 여전히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자주적으로 나서는 것에 주저하는 내용으로 보인다”며 “이는 북한의 요구에 응답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개성공단 재개나 철도 협력 사업에 대한 발언을 하더라도 이는 북한의 호응을 얻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성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오는 3월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첨단무기 등 전략자산 도입을 중단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해야 한다”며 “또 남북 정상이 합의한 금강산관광 재개와 철도 협력 사업 등에 대해 미국을 설득해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월 열릴 한미연합훈련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월 한미는 대규모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연습과 독수리훈련(FE)을 없애고 기간과 규모를 줄인 ‘19-1 동맹’으로 대신했다. 국방부는 올해 훈련도 지난해처럼 축소된 형태로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일 “한미연합훈련은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조정 시행한다는 기조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은 축소된 형태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자신들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크고 작은 합동군사연습들을 수십차례나 벌려놓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3월 키리졸브 훈련은 연기하는 걸로 한미 간에 협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한다면 한미는 군사훈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미국 분위기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을 유예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전운 등도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한미는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하지 않을 경우 물밑 대화를 통해서 북한에게 북미 실무협상 재개나 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연합훈련을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문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일부 대북 제재 해제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에 대한 지지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6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국익연구소가 워싱턴DC에서 2020년 대북 전망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중러가 추진 중인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과 관련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북한의 상응조치를 담아 결의안을 수정하면 돌파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해산물·섬유 수출 금지 해제, 남북 철도와 도로 협력사업 제재 대상에서 면제,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 폐지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미국 등의 반대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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