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삼성重·대우조선, 글로벌 수주 37.3% 휩쓸어···韓 2019 선박 수주 1위
LNG선 발주량 100% 한국 품에···“수요 점차 커져 韓 조선업계 상당한 수혜”
현대상선,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 활동 본격화 ‘분기 흑자’ 기대감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조선업계와 해운업계가 올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간산업으로 꼽히던 두 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장기간 부침을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상황이다.

7일 관련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수주액·수주량 등 부문에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1위다. 수주액은 223억 달러(약 26조원)였으며, 수주량은 943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였다. 2위 중국은 855만 CGT에 203억 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 총량이 2529만 CGT였던 것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가 37.3%를 차지한 셈이다. 업계는 2년 연속 1위 혹은 표면적인 수주 관련 수치보다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 물량 모두를 우리 3사가 맡았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선박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NG운반선 건조 능력 면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는데, 향후 LNG운반선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LNG추진선 등 점차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들의 수주가 확대되는 추세여서 향후에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NG선 외에도 우리 조선사들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 온 유조선과 ‘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설비(FSRU)’ 등의 발주도 점쳐진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올해 글로벌 조선 발주량을 3150만 CGT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수치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도 LNG운반선 발주가 지난해보다 12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인 현대상선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그리고 STX팬오션 등이 ‘빅3’로 불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물동량이 감소하고 손실액이 커지면서 현대상선 외 두 회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대상선도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 실패 후 악화일로를 걷다가 결국 2016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산업은행 산하로 편입됐다.

지난해 현대상선은 강수를 뒀다. 신임 대표이사에 사상 처음으로 외부 인사 출신의 배재훈 사장을 임명했다. 심지어 배 사장은 비(非)해운전문가로, 물류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아 온 인사였다. 배 사장은 취임 후 한진해운 출신들을 영입해 주요 보직에 앉혔다. 이후에는 ‘삼성맨’ ‘LG맨’ 할 것 없이 경쟁력을 갖춘 인사들의 중용을 추진했다.

현대상선 내부의 위기의식이 결여된 것 아니냐는 지속적인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내부 쇄신을 이끌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됐다. 자연히 내부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해운업계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임 전부터 우려를 산 탓에 취임 초기까지 상당한 잡음이 나왔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잡음은 속속 사라지기 시작했다.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 가입이 결정적이었다. 해운동맹 합류가 현대상선의 숙원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배 사장은 ‘2020 해양수산가족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3분기부터 디 얼라이언스와 신조 선박 투입에 대한 효과가 발생해 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올해를 ‘턴 어라운드’의 첫 해로 지목한 바 있다. 앞서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해운업계의 고충이 가중됐는데, 동시에 한진해운 등 국내 주요 해운사들이 좌초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해운업계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악화됐던 측면이 크다”며 “이 같은 기조는 홀로 남은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영업을 하는 데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 회원사가 모든 노선에서 선박을 운영하기 불가능한 만큼 해운동맹 가입 여부가 상당히 중요한데, 그동안 준회원에 머무르던 현대상선이 오는 4월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합류하면 실적 개선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던 미국과 중국이 화해 무드로 돌아선 것도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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