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창업 비중 적었지만 수아랩 등 대규모 M&A 사례 긍정적···국내 스타트업 중 43%는 4차 산업 관련 기업
업계 전문가들 “제조산업·바이오헬스케어 등 산업 문제 해결하는 AI 기업들 기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도 신소재,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기술 스타트업들이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술 스타트업들은 헬스케어, 자율주행 등 다른 산업의 문제점을 기술과 접목시키는 신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기술 사업화가 안정된 스타트업이라면 기업회수(EXIT)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기술 스타트업은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으며 함께 성장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기술 창업에 뛰어드는 전문가도 부족하고, 전문 기술을 이해하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이나 기업도 적었다. 사업화가 어려운 것도 기술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기술 스타트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거나 기업회수(EXIT)한 기술 스타트업들도 나타났다. AI 스타트업 수아랩은 지난해 1억9500만달러(약 2300억원) 규모로 미국 머신비전 기업 코그넥스에 인수됐다. AI 기업 애피어는 900억원 규모 시리즈D투자를, 의료 AI 스타트업 루닛은 300억원 규모 시리즈 C투자를 유치했다.

/ 자료=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협회

창업가도 꾸준히 유입되는 추세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스타트업 중 42.6%은 4차 산업 관련 분야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신소재(첨단소재)가 9.9%, 사물인터넷(IoT) 9.4%, 빅데이터 8.7% 순이다.

주목할 점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이 다른 산업 기업보다 더 높은 경영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의 평균 매출은 58억원,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0.1%이었다면 다른 분야 스타트업의 평균 매출은 50억원, 매출액 증가율은 6.1%에 그쳤다. 기술이 접목된 사업이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와 민간에서도 기술 창업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우선 정부 창업지원 예산 중 팁스(TIPS, 민간 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나 혁신분야 창업패키지 사업에 각각 543억원, 450억원에 배정됐다.

기술 전문 벤처캐피탈과 액셀러레이터들도 뒷받침한다. 퓨처플레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네이버D2스타트업팩토리 등이 대표적인 기술 전문 액셀러레이터다. 이들은 기술 스타트업에게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물론 인프라와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테크 밋츠 스타트업 2019 컨퍼런스 키노트 연설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했고 투자 건수와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며 “D2SF 출범 이후 4년동안 기술 스타트업 업계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업계가 나섰고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20년 기술과 산업이 접목한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기존 기술을 다른 산업에 접목시키는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재웅 퓨처플레이 수석 심사역은 “국내 기술 스타트업 투자 흐름을 크게 보면 (투자자들은) 자율주행 자동차, 의료나 제약 등 바이오헬스케어라는 큰 카테고리를 AI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기존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라며 “앞선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시도들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적절한 수준에서 풀어줘야 기술 스타트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수석 심사역은 “올해는 기술이 축적된 AI 스타트업들의 상장과 인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제조 산업, 바이오헬스케어 등 다른 산업군에 산적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빠르게 풀 수 있는 AI 스타트업들에게는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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