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안 수용 여부 의사 전달한 은행 ‘0곳’
금융당국 “은행에게 내부검토 시간 더 줄 필요 있어”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판매 배상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판매 배상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의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판매 은행과 피해 기업에 더 주기로 했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시한까지 조정이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마련한 키코 분쟁조정 결정서를 받은 은행 6곳 가운데 현재까지 수용 여부 관련 의사를 금감원에 전달한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신한·KDB산업·우리·씨티·KEB하나·대구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조정결정서를 피해 기업과 은행에 전달했다. 양측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이달 8일까지 수용, 불수용, 연장 신청 등의 의사를 밝혀야 하는데 은행들 대부분이 연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연장 요청이 들어오면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은행에서 연장 요청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이 연장을 원하고 있다”며 “연말 연초 시기에 맞물려 은행들이 키코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한선을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기업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약정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기업은 미리 정한 환율과 실제 환율 간 차액의 2배를 은행에 물어줘야 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은행들은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나 배상에 미온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난 키코 사태에 대해 분조위 배상결정을 받아들인다면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들은 키코 분쟁조정 안건을 이사회에 올려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번이 키코 사태의 배상을 받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금감원에 수용 의사를 밝힌 기업은 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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