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펀드 자금 1년 새 20% 빠져나가
1년 수익률도 0%대 유지
전문가들 “북미 관계 악화 이어지면 추가 자금 유출 가능성도”

지난해 통일펀드 자금 유출 추이. / 사진=시사저널e, 자료=에프앤가이드

북미 관계가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통일 펀드 시장이 이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자금이 계속 유출되는가 하면 수익률도 0%대에 머물며 상승세를 잃은 모양새다. 작년 연말에 이어 올해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남북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통일 펀드도 자금 유출에 계속 시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남북 경협 수혜주에 투자하는 국내 통일펀드의 지난 1년 평균 수익률(2일 기준)은 0.27%로 6개월 전보다 0.72%포인트 떨어졌다. 1년 전(-0.09%)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펀드 수익률은 0%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펀드 자금도 지난 1년 사이에 20% 넘게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통일펀드 9개(설정액 10억 이상)의 2019년 말 설정액은 약 1260억원을 기록, 지난 1년간 총 360여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별로는 ‘삼성통일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에서 230억원이, ‘하나UBS그레이터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에서 110억원이 빠져나가며 전체 펀드 자산을 줄였다. 

◇성적 나쁜 금융주 등에도 투자해 수익률 저조

통일펀드의 자산은 국내 코스피 종목에 대부분 투자된다. 이에 펀드 수익률이 코스피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통일펀드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주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펀드 가운데 순자산액이 가장 많은 삼성통일코리아증권모투자신탁(주식)의 경우 전체 보유 주식 가운데 삼성전자 주식 보유 비중이 21%에 달했다. 다음으로 펀드 자산 규모가 큰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증권모투자신탁(주식)도 삼성전자 주식 보유 비중이 10.6%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펀드들은 대형주 중에서도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지난 1년 동안 성적이 좋지 않은 금융주와 현대차, 포스코와 같이 작년 하반기 들어 주가가 크게 떨어진 대형주에도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수익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주가 수익률이 떨어지는 남북 경협주에 자산이 배분되면서 전체 수익률이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코스피는 지난해 미국 S&P(지난해 연간 수익률 289%)나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22.3%) 등 글로벌 주요 15개 지수와 비교해 연간 주가 수익률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에 통일펀드 수익률도 코스피의 저조한 성적에 영향을 받아 수익률이 정체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도 자금 유출 가능성↑”

전문가들은 자금 유출이 국내 통일펀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내 전체 주식 액티브 유형에서 자금 유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통일펀드가 중장기적으로 남북 경협 확대에 따라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에 투자되기 때문에 북미 관계가 지금처럼 계속 악화되면 올해도 자금이 유출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 해소 여부에 따라 통일펀드의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도 국내 주식형 액티브 유형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자금 유출이) 통일펀드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다만 (북미 관계) 이슈에서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고 싱가포르 회담 이후 대화 중단으로 가는 분위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도 북미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경우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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