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은행업 지수, 1년 새 최악 수준
정부 대출 규제·당국 DLS 징계 등 겹악재 영향
미국 증시는 은행주가 주도 중

국내 4대 시중은행 로고. / 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주들이 올해 들어서도 반등에 실패하는 모양새다. 미국 은행주들이 규제 완화, 국채금리 반등 등을 이유로 미 증시 랠리를 리드하는 것과 반대로 국내 은행주들은 연달아 터진 악재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동안 저평가를 받아온 은행주들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각종 악재들로 인해 올해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계속 하락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은행주들이 연말과 연초 들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13일 5만원까지 올랐던 KB금융 주가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 앉은 상황이다. 지난달 13일부터 1월3일까지 7.3% 떨어졌다. 다른 종목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한지주도 지난달 13일 4만5650원까지 오른 뒤 상승세를 멈췄다. 12월26일이 이후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해 이달 3일까지 6.5% 내렸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달 26일 이후 3일까지 6.3% 줄었고 우리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7.7% 떨어졌다. 

은행들은 최근 들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10조2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6억원(0.6%) 증가했다. 작년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10조원대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8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피 은행주 지수 및 거래량 추이. / 사진=한국거래소

하지만 은행주는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은행업 지수는 1월2일 241을 기록했다. 지난 1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였다. 지난해 8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코스피가 1900선이 무너지는 등 악재가 터졌을 당시 은행주 지수도 250까지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스피 은행업 지수는 이보다 더 떨어지며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DLS 쇼크·부동산 규제 발표 등 겹악재 발생

전문가들은 은행업에 겹악재가 발생하면서 투자심리가 나빠졌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에서 파생결합증권(DLS) 쇼크가 터진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잡고 중징계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지난달 16일 이후로 은행주들의 하락이 커졌다. 16일에만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가 2.5~2.8% 떨어지고 KB금융과 우리금융은 1%대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더해 한국은행이 올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주들의 하락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한국은행은 두 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1.25%까지 내린 바 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미 낮아져 있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번 대출규제로 인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그러나 대출이나 이익변화보다 은행주 투자심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은행주는 美 증시 주도주로 급부상

한국과 달리 미국의 은행주들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30% 이상 뛰면서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은행주들을 꼽고 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한 업종이 있다. 바로 금융 업종이다. 금융 업종이 주도주로 급부상한 직접적 계기는 볼커 룰 규제 완화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며 “다른 업종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국) 은행업종의 경우 볼커룰 완화, 높은 배당과 장단기 금리차 확대에 따른 이익 개선 등이 주요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며 “최우선 관심 종목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은행), 유니온퍼시픽(운송), 애보트 레버러토리(헬스케어)를 제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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