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감시제도 ‘준법감시위원회’ 신설키로 하고 반도체 생산 현장 점검 등 분주한 움직임
재계 “재판 앞둔 시기, 달라진 모습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있을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경기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경기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연초부터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재판장이 주문한 내부 감시제도인 준법감시위원회를 신설키로 하고 반도체 생산 현장을 점검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최근 들어 이 부회장이 상당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라며 “재판을 앞둔 시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후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공정기술을 보고받고, DS부문 사장단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직원들을 격려하고 세계 1등을 지켜나가자고 당부했는데, 특이한 것은 단순히 기술과 관련한 주문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이 부회장은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기술 부문에서 1위를 지키는 것을 넘어 경영 관행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특이한 사례로 여겨진다.

이와 더불어 삼성은 2일 준법감시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위원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맡기로 했는데, 구체적 구성 및 운영 계획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진보 성향의 김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것만으로도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는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과거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된 조정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1차 공판에서 정준영 부장판사는 “삼성 내부에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법정에 앉아 있는 피고인들뿐 아니라, 이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씨(최순실)도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의 발 빠른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는 이 같은 재판부 지적을 받아들인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18일 수서역에서 부산행 SRT를 타려던 모습이 포착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일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회장과 단독 회담을 한 이후였다.

재계에선 새해 초부터 바쁘게 이어지는 이 부회장의 행보가 오는 17일 있을 파기환송심 공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준법감시위원회는 파기환송심을 염두에 두고 과제를 이행하는 것”이라며 “재판에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17일까지 이 부회장은 바쁘게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때까지 재판부에 내놓을 답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지형 전 대법관은 오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준법감시위원회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법관 외에 어떤 인물들이 해당 위원회에 포함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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