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금융행정혁신위 권고 불구 여전히 ‘제자리 걸음’

지난 2017년 12월 윤석헌 현 금융감독원장이 위원장을 맡았던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최종 발표했다. 당시 혁신위는 ▲금융행정의 투명성·책임성 확보 ▲인허가 재량권 행사의 적정성 확보 ▲금융권 인사의 투명성·공정성 확보 ▲금융권 영업관행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혁신안을 제시했다.

그 중 가장 주목 받았던 것은 금융권 인사 관련 부분이다. 당시 사회는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서 벌어진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의 충격에 빠져있었다. 혁신위 역시 “금융당국부터 금융회사까지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하며 몇 가지 개선안을 권고했다.

각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할 것을 주문했으며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격요건에 ‘금융업 관련 경험 5년 이상’과 같은 조항을 추가해 투명성을 높이고 낙하산 인사를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공공기관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선임과정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절차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2년 동안 민간 부문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민간회사 CEO 선임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채용비리와 관련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파생결합상품(DLF)사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나란히 연임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신 절차의 투명성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신한금융 회장 선임절차 당시 “지배구조 법상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지 살펴보는 게 당국의 의무”라고 의견을 밝혔으며 손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도 “법과 절차대로 했다면 금융당국이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융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개입 최소화와 절차의 투명성 두 가지가 모두 지켜지고 있지 않다. 지난 2일 김도진 전 행장의 퇴임으로 공석이된 기업은행장 자리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됐으며 3일 취임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의 임명이 확실시 됐으나 노동계와 기업은행 내부가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반발하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수석은 반 전 수석보다 먼저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체계적인 인사시스템과 인사 원칙이 부족해 정부와 청와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윤 전 수석에 대해서도 ‘낙하산 거부’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기업은행이 정상화되기에는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임원인사와 계열사 CEO인사가 지연되고 있어 올해 경영 준비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깜깜이 인사’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중이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현 정부에서 설치했던 금융위원회 직속 기구다. 그리고 당시 위원장은 현재 금감원장을 맡고 있다. 혁신위가 권고했던 사안 중 하나인 키코사태 분쟁조정은 지난해 말 절차가 완료됐지만 금융기관장 선임의 투명성 강화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외부인사가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관 안팎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절차다. 민간에 그토록 강조했던 투명성을 공공기관에서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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