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전환·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수요 늘어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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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용 메신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강자 미국 ‘슬랙’이 이달 국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개인용 메신저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카카오도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기업용 서비스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네이버, 토스랩, 이스트소프트 등 국내 내로라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뛰어든 이 시장은 IT기업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유연근무제 확산 등으로 사무 환경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뀌면서 기업용 메신저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보안‧협업 기능 강화로 개인용과 차별화

기업용 메신저란 기업의 업무에 특화된 협업솔루션을 말한다. PC·모바일·태블릿 등 기기에서 직원들끼리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채팅 외에도 게시판, 문서공유, 영상회의, 음성전화 등 협업 툴 기능도 추가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많은 직장인들은 카카오톡과 라인 등 개인용 모바일 메신저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메신저의 경우 내부 기밀 정보 유출 등 보안에 취약한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직원 입장에서도 일반 메신저를 업무에 사용할 경우, 사생활과의 구분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기업용 메신저의 대표 주자는 미국 ‘슬랙’이다. 슬랙은 슬랙테크놀로지스가 2013년 8월 출시한 서비스로, 원래는 게임 개발 중 팀 소통과 다양한 프로젝트 등을 공유하기 위해 개발한 사내 서비스였다. 그러나 게임보다 슬랙이 더 유명세를 얻으며 2013년 별도 서비스로 출시, 미국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전세계로 확산됐다.

슬랙은 현재 전세계 150개국에서 50만개 이상 기업이 사용하고 있으며 하루 이용자만 1000만명에 이른다. 포춘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 중에서도 65개 기업이 슬랙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슬랙은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으로 국내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많은 국내 기업들이 슬랙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최근 대기업들이 클라우드 전환에 나선 점 등이 슬랙의 한국 진출 배경으로 점쳐지고 있다.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보안에 강한 기업용 메신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슬랙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지난 2016년 선보인 ‘팀즈’, 같은해 페이스북이 선보인 ‘워크플레이스’ 등이 기업용 메신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직장에서 슬랙을 사용중인 게임사 직원 김현수(33·가명)씨는 “실시간 업무 자료 공유 등의 기능 등이 상당히 편리하다”며 “특히 프로젝트에 연관된 사람들끼리 협업을 진행하는데 최적화돼 개발자들에게는 슬랙이 필수적인 메신저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 국내 시장 규모 지난해만 1000억원 규모

국내 기업들도 기업용 메신저 시장에 뛰어 들어 최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이 선보인 ‘라인웍스’, 토스랩이 개발한 ‘잔디’, 이스트소프트가 만든 ‘팀업’, 마드라스체크의 ‘플로우’ 등이 있다. 최근 KEB하나은행은 라인웍스를 시범 도입했으며,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플로우를 업부용 메신저로 시범 도입했다. 티몬, NS홈쇼핑, 휴넷 등은 잔디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IDC는 국내 기업용 모바일 협업 솔루션 시장(UC&C)이 연평균 24.5%씩 성장해 지난해 기준 1075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카카오도 최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국내에서 가장 사용자가 많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업용 메신저를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스피커, 로봇 등과의 연계를 통해 기업용 IT시장의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카카오의 AI 기술 및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기업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시켜 국내 대표 기업형 IT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세계 1위 기업용 메신저 슬랙의 한국 진출을 기점으로, 국내 기업용 메신저 시장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도입에 나선 상황속에서 기업용 메신저에 대한 수요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골자로 한, 스마트 업무환경 구현 계획을 발표한 것 역시 기업용 메신저 업체들에게는 호재다. 아울러 올해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업들의 기업용 메신저 도입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기업용 메신저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기업들이 많았으나, 최근엔 전사적으로 클라우드 전환에 나서면서 기업용 메신저 도입에 적극 나서는 추세”라며 “올해부터 해당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업체들과 국내 업체들간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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