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둔화,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경영여건 악화 우려
신한·KB·우리금융 등 사업포트폴리오 확대 예고···혁신성장 지원도 강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각 사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각 사

새해를 맞이해 주요 금융그룹의 CEO들이 잇달아 올해의 경영방침을 공개했다. 대부분의 CEO들은 올 한 해 국내외 경기둔화, 금융 불안정 심화 등 경영여건 악화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으며 각자만의 돌파구를 제시했다.

사업포트폴리오 확장과 디지털 혁신 등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으며 지난해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의 영향으로 고객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설정한 CEO들도 있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혁신을 당부해 주목을 끌었다.

◇조용병, 신뢰·개방성을 통한 ‘일류(一流)’ 강조···윤종규, 적극적 M&A 예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경영목표 ‘일류(一流)신한의 원년’을 공개했다. 조 회장은 “신한은 대한민국 리딩 금융그룹으로 우뚝 섰지만 이제 단순한 1등이 아닌 ‘일류’라는 더 큰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일류신한을 위한 과제로 ‘신뢰’를 가장 먼저 제시했다. 그는 “1등은 상대적 순위에 불과하지만 일류는 고객과 사회의 절대적 신뢰를 의미한다”며 “언제 어디서나 ‘고객 First’를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보이스피싱 Zero와 고객중심 신(新)평가제도, 고객 투자자산 모니터링 강화 등 세부 방법도 언급했다.

타업권과 해외에 대한 ‘개방성’도 요구했다. 향후 조 회장은 핀테크(Fin-tech), 빅테크(Big-tech)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고 폭넓은 산학·민관 협력을 통해 업권을 초월한 지식 융합을 시도할 방침이다. 그룹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국내와 해외,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전략적 M&A를 꾸준히 모색할 예정이다.

이외에 ▲두드림 스페이스 ▲이노 톡(Inno Talk) ▲퓨처스 랩(Future’s lab) 등 그룹의 3대 혁신성장 플랫폼을 바탕으로 혁신 기업 금융지원에도 힘쓸 방침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여건 악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세계 경제의 경기하강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국내 경제도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 현상이 더욱 고착화되고 위기상황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효율적인 비즈니스모델 적립 ▲사업영역 확장 ▲혁신 가속화 ▲고객중심의 디지털혁신 등을 제시했다. 은행과 카드사에는 각각 대출 포트폴리오 개선과 수익기반 다변화를 요구했으며 손해보험사에는 내재가치, 신계약가치 중심의 ‘가치경영’을 당부했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는 적극적인 M&A를 예고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동남아와 선진시장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도 확대할 방침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그룹 회장/사진=각 사
사진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그룹 회장/사진=각 사

◇김정태, 사회적 가치 창출 당부···손태승, ‘고객신뢰 회복’ 최우선 목표 설정

지난해 DLF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올해 경영 목표는 ‘고객신뢰와 혁신으로 1등 종합금융그룹 달성’이다. 손 회장 역시 국내외 경기 침체 장기화와 오픈뱅킹 시행에 따른 금융사간 경쟁 격화,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등의 위기를 임직원들에게 각인시켰다.

손 회장은 ‘고객중심의 영업 혁신’을 경영전략 중 가장 첫 번째에, 리스크관리·내부통제 혁신을 두 번째에 놨다. 사업포트폴리오 강화와 디지털혁신 선도도 올 해의 경영 전략에 포함돼 있다.

손 회장은 “변화를 강요받기 전에 먼저 변화와 혁신을 위해 도전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금융의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매사에 정성과 믿음을 다하자”고 덧붙였다.

김광수 농협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위기 극복을 위해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서비스의 디지털화뿐만 아니라 기획과 출시, 사후관리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도 강조했다. 그는 “은행의 이자이익에 치우쳐있는 수익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며 “비이자이익사업과 비은행부문 계열사의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밖에 ▲해외시장으로의 영토 확장 ▲그룹형 플랫폼 서비스 구축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주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다소 장기적인 관점의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고객 중심의 기존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관점이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의 기쁨’이 아닌 ‘모두의 기쁨’을 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그룹의 사업모델과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모델 부분에서는 디지털금융혁신을 선도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 금융소외 계층을 지원할 것을 요구했으며 혁신금융 생태계를 조성해 국가 혁신성장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은행계좌가 없거나 대출이 어려운 신남방지역의 소외계층을 품을 수 있는 ‘글로벌 포용금융’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프로세스 부분에서는 디지털과 협업을 통해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고객과 직원의 경험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사업부문제’를 통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고객 경험과 상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손님뿐만 아니라 직원, 주주, 공동체를 아우르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우리의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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