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롯데 화학BU장 “통합 롯데케미칼 원년, 2030 글로벌 톱7 비전 조직 재구성”
한화솔루션 출범···‘케미칼’ 이구영, ‘큐셀’ 김희철, ‘첨단소재’ 류두형 각자대표
배터리 분사 고심하는 LG화학···신학철 부회장 “기업의 지속가능성 고민, 이제는 필수”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화학업계 다운사이클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점쳐지는 올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화학사들의 사뭇 다른 선택지들이 눈길을 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은 자회사와의 통합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로 했다. 반면 LG화학은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배터리사업부문의 분사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롯데정밀화학과의 합병을 바탕으로 ‘통합 롯데케미칼’을 출범시켰다. 롯데첨단소재는 지난 2016년 롯데그룹과 삼성그룹 간 빅딜을 통해 롯데케미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곳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합병을 통해 석유화학사업의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게 됐다.

통합 롯데케미칼은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사장)이 대표직을 맡았다.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가 유임됐다. 첨단소재사업 대표는 롯데첨단소재 출신의 이영준 부사장이 보임됐다. 이들 3인 대표체계 아래 통합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시너지를 누림과 동시에 개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교현 사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통합 롯데케미칼’의 원년임을 선언했다. 또 “2030년 글로벌 톱7 비전으로 조직을 재구성하고 제품과 지역적으로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운영·확장하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 사업에 최적화 된 운영·성장 전략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기능·지역별 통합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케미칼도 지난 1일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의 합병을 마무리 지은데 이어, 2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 변경과 신규 사내이사 선임 건 등을 처리했다. 합병 후 사명은 ‘한화솔루션’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서 사업 통합을 통해 다양한 영역의 ‘해결책(솔루션)’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화솔루션도 롯데와 마찬가지로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다만 롯데케미칼이 각 사업부문 대표 2명과 전체를 총괄하는 김교현 사장이 대표직을 맡은 것과 달리, 3개 사업부문 각각의 대표를 임명했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이구영 대표가, 큐셀부문은 김희철 대표, 첨단소재부문 류두형 대표 등이 각각 임명됐다. 업체 측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롯데와 한화가 화학계열사의 이 같은 변화를 택한 배경을 두고 다운사이클을 지목한다. 최근 수년간 ‘슈퍼사이클’로 평가될 정도로 화학업계는 호황기를 맞이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속속 하락국면을 맞게 됐는데, 업황부진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정제마진 하락 등이 더해져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올해는 그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해 일종의 ‘규모의 경제’를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들 두 업체와 함께 국내 ‘화학 빅3’로 분류되는 LG화학은 다른 선택지를 고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롯데와 한화가 위기극복의 방안으로 ‘통합’을 내세웠다면 LG화학은 배터리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 측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다양한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알렸다.

LG화학의 배터리부문 분사설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기존 화학분야와 배터리사업 간 접점이 적다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장·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터리사업은 막대한 투자가 선제돼야 해, 그간 LG화학의 이익률 감소요인으로 꼽혔다. 사실 상 호황기의 화학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배터리에 투자해온 셈이었다.

업계는 이 같은 LG화학의 구조를 지적하며 올해 분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화학사업에서의 흑자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배터리 사업부를 따로 떼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석유화학과 달리 올해 배터리 사업 성장세가 높게 점쳐지는 이유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기업의 생존조건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LG화학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은)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며 “다양한 글로벌 이슈 해결에 적극 참여하고 원료단계부터 생산·소비·폐기 전 영역에서의 이 같은 가치를 염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과거의 서장방식에서 탈피해 철저히 고객 중심이 돼 사업방신을 혁신해야 함을 요구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및 자동차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육성 사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반기술을 굳건히 다지자”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과 고객 니즈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수평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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