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내부 인사 추천 방침···우리카드·종금 등 계열사 CEO 두각
‘은행 2인자’ 정채봉 영업부문장, DLF사태 책임 부담도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조운행 우리종금 사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사장,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사진=우리금융그룹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조운행 우리종금 사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사장,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이 예상보다 빨리 결정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이 신임 우리은행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금융은 DLF제재안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손태승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고 1년 동안 유지됐던 회장·은행장 겸직 체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손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과 조운행 우리종금 사장 등이 하마평에 거론되고 있으며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과 이동연 우리 에프아이에스(FIS) 사장 겸 우리은행 IT그룹 집행부행장 등 내부 임원들도 주요 후보로 꼽히고 있다.

◇DLF사태 제재안 부담에도 손 회장 연임 결정···“은행장, 내부에서 추천”

지난 30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회의를 열고 손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되지만 임추위는 조직안정을 위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후보 추천 작업을 완료했다. 손 회장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 회장에 취임하게 된다.

회장 임기는 총 3년으로 손 회장은 향후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와 증권사·보험사 대형 M&A 등에 전념할 예정이다. 다만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징계 여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손 회장이 겸직해왔던 우리은행장은 새롭게 선임할 방침이다. 안정적인 지주사 정착을 위해 지난 1년 동안은 ‘회장-은행장’ 겸직 체제를 유지했지만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다른 금융그룹과 마찬가지로 은행장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신임 은행장은 은행의 영업과 리스크 관리, 소비자 보호 등 업무에 집중하며 손 회장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 계열사 CEO 선임을 위한 임추위에는 손 회장이 위원장으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장 선임은 내년 1월 중하순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같은달 16일로 예정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차기 은행장은 내부출신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손 회장은 31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룹 임추위를 아직 구성하지 않아 절차·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은행장 후보는 내부 인사로 추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실적 개선 성과···조운행 우리종금 사장, 조직관리 강점

현재 거론되는 우리은행장 후보들로는 계열사 CEO인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과 조운행 우리종금 사장 등이 있다. 이들은 손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손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은행 기업고객본부 집행부행장과 HR그룹장, 영업지원부문 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초부터 2년동안 우리카드를 이끌며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정 사장이 기획부터 마케팅, 디자인까지 모든 출시 과정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진 ‘카드의 정석’ 시리즈는 업계에서 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우리카드의 유효회원수는 717만3000명으로 지난해 동기 653만4000명보다 9.78% 늘어났으며 당기순이익도 886억원에서 948억원 7.00% 증가했다.

정 사장의 은행장 선임에는 손 회장과의 관계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정 사장은 손 회장과 같은 1959년생으로 손 회장보다 10년 먼저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정 사장은 천안상고를 졸업한 후 바로 입행한 반면 손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 석사 과정까지 마치고 입행했다. 집행부행장 자리에 오른 시기도 지난 2013년으로 손 회장보다 1년 이상 빠르다.

지난 2017년에는 손 회장과 함께 우리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정 사장이 은행장이 될 경우 선후배로서 1, 2인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금융그룹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요 금융그룹들이 은행장에 1960년대생을 배치하며 세대교체에 나선 것과도 비교될 수 있다.

조 사장은 1961년생으로 지난 1987년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우리은행에서 업무지원단 상무, 기관그룹 부행장, 영업지원부문 부문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해말 우리종금 사장에 취임했다. 조 사장은 지난 2017년말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태 이후 영업지원부문장에 올라 조직문화 혁신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HR그룹 집행부행장도 겸직하며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우리종금 사장으로 있으면서 실적 개선에도 성공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우리종금의 당기순이익은 3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86억원) 대비 25.17% 증가했다.

◇은행 ‘서열 2위’ 정채봉 영업부문장, DLF사태 부담···이동연 FIS 사장, 디지털 역량 주목

우리은행 내부 임원들 중에서는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과 이동연 FIS 사장 겸 IT그룹 집행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 부문장은 1960년생으로 목포상고를 나와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우리은행 WM그룹 상무와 IB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거쳐 지난해 말부터 은행 내 서열 2위로 여겨지는 영업부문장과 개인그룹 집행부행장을 역임하고 있다. 정 부문장은 우리은행 내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알려져 있다.

DLF사태에 대한 책임론은 정 부문장에게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정 부문장은 소비자 보호 부실을 이유로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큰 질타를 받았다.

이 사장은 1961년생으로 한일은행 출신이다. 그는 과거 손 회장, 신현석 전 부행장 등과 함께 ‘전략기획팀장 3인방’으로 불릴만큼 기획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였으며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과 개인그룹 집행부행장 등 주요 요직을 역임했다.

지난 4월 손 회장은 IT 역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이 사장에게 우리 FIS 사장과 은행 IT그룹 집행부행장, 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모두 겸임하게 했다. 이미 높은 신뢰를 보였던만큼 이 사장을 은행장 자리에 앉혀 모바일 플랫폼과 핀테크 기술력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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