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재선임 놓고 한진가(家) 힘 합칠지 관심
입김 세진 국민연금, 주총에서 영향력 행사할지에도 촉각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2020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등 내년에도 각종 굵직한 이슈들이 재계를 흔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내년 초에 있을 주주총회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가장 크게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한진칼 주총이다. 대한항공 3남매의 경영권 갈등이 어떻게 정리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 취임 후 잠잠해진 것으로 보였던 대한항공의 경영권 논란은 지난 23일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으로 다시 불이 지펴졌다.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크리스마스에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말다툼을 벌인 사실이 알려져 집안싸움이 더 번지는 양상을 보였으나 두 사람이 공동으로 사죄문을 내면서 일단락됐다.

한진가(家)의 이 같은 갈등이 봉합될지, 아니면 반대로 확대될지는 내년 주총에서 다뤄질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서 결정된다. 항공업계에선 이전부터 내년 주총에 안건으로 오를 조 회장의 재선임을 놓고 강성부(KCGI)와 한진가의 힘겨루기에 관심을 보여 왔다.

한진칼의 지분 구성을 보면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부사장 6.49% ▲조현민 전무 6.47% ▲이명희 고문 5.31%다. 오너 일가 외 KCGI가 17.29%, 반도건설이 6.28%, 국민연금이 4.11%인 것을 감안하면 조 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가족들의 합심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이 힘을 합치게 되는 경우 등이 변수가 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권 관련 오너 지분 방어 이슈는 다른 대기업들에도 있었지만 한진칼은 특히 방어가 더 어려운 시기에 해당 이슈가 터진 것”이라며 “KCGI의 존재가 있고 국민연금도 국민 감정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만큼, 한진가는 가족끼리 힘을 합치지 않고 조금만 삐끗해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 이슈와 더불어 내년도 주총과 관련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국민연금의 실력발휘 여부다.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 및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후 열리는 첫 주총이기 때문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내년도 주총과 관련된 가장 큰 관심사는 오너 일가 전횡에 맞서 주주권을 발휘하겠다는 국민연금이 어떤 표를 던질지 여부”라며 “그동안에도 반대표는 행사해 왔지만 이번엔 그 파급력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법적 분쟁에 휘말린 오너 일가 및 이사들에 대해 국민연금이 향후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대해 어떻게 주주권을 행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이 새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국민연금은 이사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9개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있고 150개사의 2대 주주다. 최근 국민연금은 대기업 위주로 지분을 늘려 왔는데 여기에 가이드라인 등으로 주주권까지 강화되면서 주총에서의 입김이 더 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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