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투, 올해 자기자본 4조원 돌파 
하나·메리츠증권도 내년 상반기 자기자본 4조원 예상
발행어음 4호 증권사 탄생에도 관심↑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내년부터 증권업계의 빅리그인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새로운 주자들의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부터 4조원의 자본 요건을 충족하는 증권사들 속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후발 주자들이 기존 초대형 IB 증권사들보다 발행어음 시장에 더 빠르게 진출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한·하나·메리츠증권, 초대형 IB 진출 주목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에 이어 내년에는 새로운 초대형 IB 주자들이 나타나 ‘빅5’ 구도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가 대상이 된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해당 증권사는 기업 환전 등 외국환 업무 범위가 확대되고 영업용순자본비율(NCR)과 레버리지 규제가 완화된다. 증권업과 연관된 업무만 할 수 있었던 증권사들이 초대형 IB가 되면서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한 환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2017년 11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를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이후 증권업계에는 2년이 넘도록 새로운 초대형 IB가 나타나지 않았다. 

내년에는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먼저 초대형 IB 지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7월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초대형 IB 지정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 커트라인을 충족한 상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자본 총계는 4조2320억원이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계속 초대형 IB로 진출할 준비를 해왔다. 3분기 말 현재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자본 총계는 각각 3조6615억원, 3조4297억원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달 20일 2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자본을 늘렸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7%, 12.5% 늘어나는 등 실적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 안에 자기자본 4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8대 증권사의 자본총계 등 추이. / 사진=시사저널e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두 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을 빠르게 확충했다. 지난해 3월 7000억원, 11월 5000억원을 증자해 자기자본 3조원을 넘기며 올해 국내 증권사 중 여덟 번째로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로 지정됐다. 하나금융투자 영업이익은 올해 3분까지 2543억원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2% 증가했다. 유상증자와 함께 호실적에 따른 자본 증가로 하나금융투자도 내년 초대형 IB에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투, 미래·삼성證 제치고 발행어음 시장 진출 가능할까

초대형 IB 지정과 함께 발행어음 인가 신청도 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발행어음 사업자에 지정되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모집할 수 있어 자금 조달 능력이 비약적으로 커진다. 

현재 초대형 IB를 충족한 증권사 가운데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3개사가 유일한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아직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유령주식 배당사고 등의 이슈로 발행어음 인가에서 보류되며 내년에도 인가 획득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에 업계에선 이들 증권사보다 신한금융투자가 먼저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또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자기자본 4조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라 내년 초대형 IB에 지정되면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도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업무까지 겸비한 초대형 IB는 새로운 이익 창출 능력이 생기면서 수익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며 “이런 이유로 내년에는 다른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초대형 IB 인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IB 업무 환경이 올해와는 달라진 모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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