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의존 ‘글로벌 배터리 2위’ 수성해 온 파나소닉···관계 악화로 ‘위태’
‘선제 투자’ LG화학, 분사도 고려···“韓 배터리, 종주국 日 넘을 날 머지않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LG화학이 ‘배터리 종주국’ 일본의 파나소닉을 사정권 안에 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들 두 업체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각각 3위와 2위에 랭크된 업체다. 그동안 파나소닉은 테슬라 의존도가 높았다. LG화학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수주에 박차를 가해 왔다. 내년에는 LG화학의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말까지 LG화학의 배터리 점유율은 14.2%를 나타냈다. 지난해 LG화학 점유율이 8.2%로 전체 4위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상승세다. 특히 중국의 비야디(BYD)를 넘어 3위로 뛰어오르면서 2위 파나소닉(17.5%)과의 점유율도 3.01%p 차로 좁히게 됐다.

업계는 조심스레 LG화학의 내년 2위 반등을 점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수주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 납품에 이르기까지 최장 3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현재 점유율은 2~3년 전 수주 실적이 반영됐음을 의미한다. 이 기간 파나소닉은 테슬라 납품에 치우친 반면, LG화학을 비롯한 우리 기업들은 유럽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LG전자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에 배터리 분리막 생산시설 증설 계획을 밝혔다. 현재까지 분리막은 충북 청주에서만 생산해 왔는데, 현지 LG화학 배터리 공장이 증설됨에 따라 분리막도 이곳에서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분리막을 바탕으로 인근에서 LG 배터리가 제조되고, 완성된 배터리는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완성차업체들에 납품된다.

LG화학은 배터리사업부를 별도로 분사해 배터리만 전문으로 다루는 가칭 ‘LG배터리(LG Battery)’의 분사를 검토 중이다. 관련 사업 영역이 팽창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 석유화학사업과 유관성이 적은 배터리를 별도로 법인화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내년 사업 신장세가 올해를 웃돌 것으로 예측하며,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분사 역시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나소닉에 대한 LG화학의 점유율 역전은 기정사실화 된 것과 다름없다”며 “파나소닉과 테슬라 간 협력체계가 와해되는 상황에서 LG화학을 비롯한 우리 기업들은 유럽 등과의 납품계약을 폭 넓게 진행했으며, 규제에 가로막혔던 중국에의 증설과 더불어 북미 시장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속속 나타내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특히 중국의 경우 차별적 보조금 지급으로 진입 장벽이 높았는데도 우리 기업들은 현지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꾸준히 진출을 모색하고 생산라인을 구축해 왔다”며 “해당 보조금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됨에 따라 향후 중국에서도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어 LG화학뿐 아니라 한국 배터리업계가 일본을 넘어서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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