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 강화에도 금품 제공 의혹 여전
반포1단지·한신4지구 수사만 1년 째
“수사 결과 , 입주 다 끝나고 발표될 것”

정부는 지난해 10월 13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비리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은 시공권이 박탈되거나 공사비의 20%에 대한 과징금이 부과, 2년간 정비사업 입찰참가 자격 제한 등이 주요 골자다.

특히 개정안에는 용역업체를 앞세워 금품 등을 제공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꼬리자르기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던 건설업계의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됐다. 건설업자가 금품 등을 직접 제공하지 않고 홍보대행사 등 용역업체를 통해 제공해도 건설업자가 직접 제공한 것과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건설사들의 재건축·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비리 제재를 강화한 이유는 2017년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서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홍보 대행사 등을 동원해 조합원에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불법행위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제재를 비웃듯 최근 정비사업장에서는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비 규모만 8000억원이 넘는 광주 풍향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규모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GS건설 역시 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불리는 ‘한남3구역’ 조합원을 상대로 현금 등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외에도 전국의 정비사업장에선 비슷한 의혹 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제재 강화에도 금폼수수와 관련한 의혹이 끊이질 않은 이유로 현재까지 수사를 받고 있는 사업장 중에 처벌을 받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은 각각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잠원동 한신4지구에서 금품·향응 제공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각 건설사의 임직원들과 홍보업체 직원들의 조사도 이뤄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제는 정부가 법을 강화했음에도 건설사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수사 결과가 입주 다 끝나고 발표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며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간을 끌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개정된 도정법을 바탕으로 정비사업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에 대한 본보기 처벌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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