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벌써부터 경영활동 위축 우려 제기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 기금 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 기금 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연말에 국민연금 주주권을 강화시키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서 기업들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곳곳에서 경영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특히 기업 총수들과 관련한 이슈가 있는 곳들이 국민연금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이 기업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주주권 행사의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의결했다. 횡령, 배임, 사익 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 개선 의지가 없는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 및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재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이미 충분히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그대로 밀어붙인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한 재계 인사는 “이전에 충분히 우려를 제기했는데 사실상 (국민연금이) 그대로 강행했다”며 “경영활동을 하는데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을 때보다도 이번 기금위 결정에 놀라는 눈치다. 해당 가이드라인이 파괴력을 갖는 이유는 기업 이사의 불법행위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연금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자체적 판단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의 이 같은 우려와 무관하게 내년부터 국민연금의 입김이 상당히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호사 비용 400억원 대납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사익 편취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에 대한 국민연금의 행보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효성과 대림산업 지분을 각각 9.97%, 11.63%씩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 KT와 국민연금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정우 회장과 이번에 신임 회장직을 맡게 될 구현모 회장은 모두 ‘정권 낙하산’ 회장이 아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포스코와 KT의 지분을 각각 11.72%, 13.05%씩 갖고 있다. 일각에서 정부의 입김이 또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의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도록 돼 있다.

재계 인사는 “국민연금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최근 재판에서 실형을 받은 삼성 인사들도 경영 복귀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 된다”며 “밀어붙이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한 상황 속에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우려 표명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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