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1위 오른 쿠팡, 고양·대구·제주 등 물류 거점 늘려 로켓배송 확대···네이버쇼핑 등과 마찬가지로 셀러 확보에도 총력
롯데·신세계도 각각 통합앱·첨단물류센터 무기로 이커머스 공략
위메프, 올해 장전한 실탄으로 외형 키우기 박차···11번가·티몬은 흑자 집중

200조원 시장으로 다가가는 이커머스 시장의 내부 경쟁이 2020년에는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유통 빅2인 롯데와 신세계. 롯데에서는 그룹의 온라인 중추 사업이었던 통합앱을 내놓고, 신세계에서는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3호기의 가동 효과가 본격화한다.

기존 이커머스업계는 외형 성장을 택하느냐, 수익성 강화를 노리느냐의 두 축으로 지향점이 나뉘었다. 올 하반기에만 3700억원을 확보한 위메프는 MD와 셀러(판매자) 충원에 더욱 박차를 가해 외형을 키우는 데 진력하고, 티몬과 11번가는 흑자 달성에 집중한다. 쿠팡도 신규 고양 물류센터 등을 앞세워 로켓배송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당분간 1강 쿠팡 대 N중 구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1강 쿠팡과 그 추격자들 

가장 큰 변화는 롯데의 본격적인 움직임이다. 롯데e커머스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롯데의 유통 계열사를 한데 모은 통합앱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앱의 핵심은 그동안 결제/CS/물류 등 각 계열사별로 운영됐던 온라인 쇼핑 시스템의 통합에 있다. 이를 위해 롯데는 지난 19일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원톱 대표이사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했다. 계열사 간 협력이 가장 중요했던 통합앱 개발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롯데 통합앱이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면 분명 다시 M&A(인수합병)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롯데에게 통합앱의 성공 여부는 2020년 가장 중요한 이슈다. 

쓱닷컴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 3호기 가동을 시작했다. 네오003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은 최대 3만5000건으로 늘어났다. 물류 효율을 바로 옆에 위치한 네오002에 비해 약 20% 높였다. 이로써 현재 5000건인 새벽배송 일 배송 가능 물량을 2020년 초에 1만건, 그리고 2020년 내에 2만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로써 이마트몰을 안고 있는 쓱닷컴이 최근 뜨고 있는 신선식품 온라인 사업에서 두각을 더욱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만 3700억원을 확보한 위메프는 이 돈으로 MD 직군과 셀러 충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품군을 늘리고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이커머스 사업의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위메프는 투자 후 첫 대형 프로젝트인 파트너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11월 한 달에만 4000개 이상의 신규 파트너사를 확보했다. 위메프는 내년까지 MD를 1000명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롯데와의 M&A설이 돌았던 티몬의 내년 목표는 흑자 전환이다. 올 4분기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80% 이상 개선되면서 창립 10주년인 2020년 상반기 내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외형 성장 대신 수익성 챙기기에 집중하는 11번가와 비슷한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직매입 늘리기와 셀러 확충이라는 투트랙 모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고양에 서울 서북부 최대 물류센터라고 불리는 켄달스퀘어 물류센터를 완공했다. 로켓배송 가능 지역도 확대한다. 쿠팡은 내년 상반기에 제주도에도 물류 거점을 만들어 로켓배송을 시작할 방침이다. 아울러 2021년 최대 규모의 대구 물류센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쿠팡 대구 물류센터는 로켓배송을 위한 전국 단위 물류 시스템 구축 계획의 주요 거점 역할을 한다. 특히 대구 물류센터는 영남 전역 외에도 충청과 호남 지역까지 커버할 수 있는 물류 거점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셀러 늘리기에도 집중한다. 쿠팡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새롭게 입점한 셀러 수가 전년 동기간에 비해 100%가량 증가했다. 위메프·네이버쇼핑과 같이 쿠팡도 직매입 상품(로켓배송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군 확보를 위한 셀러 확보에도 열을 올리는 것이다. 쿠팡이 전국 각지에 짓고 있는 물류센터는 향후 이들 셀러를 위한 물류센터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입점 셀러에게 자사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물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아마존의 FBA(풀필먼트 바이 아마존)를 표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 2위로 올라선 네이버쇼핑 

그리고 네이버쇼핑이 있다. 이커머스업계의 복병은 언제나 네이버쇼핑이다. 

네이버쇼핑의 성장세는 눈에 띈다. 30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주 이용률(1~3순위)을 분석한 결과 쿠팡이 지난해 35.5%에서 올해 46.7%로 12.2%p 성장하며 계속해서 1위 자리를 지켰다. 

흥미로운 것은 2, 3위 순위 변동이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30.7%에서 올해 39%로 8.3%p 성장하며 11번가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쿠팡과의 격차는 지난해보다 벌어졌지만, 11번가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반면 11번가는 주 이용률이 33.2%에서 31.3%로 낮아지며 3위로 밀려났다. 

여타 이커머스업체가 가장 두려운 경쟁자로 쿠팡 이외에 롯데와 신세계보다도 네이버쇼핑을 꼽는 이유는 바로 범용성에 있다. 오픈서베이 조사 응답자의 60.6%가 네이버쇼핑을 선택하는 이유로 '간편한 결제'를 꼽았다. 바로 네이버페이다. 

뒤 이은 네이버쇼핑의 강점은 다양한 상품 종류(51.6%), 저렴한 가격(40.2%), 편리한 앱 사용(37.7%)이었다. 이는 검색 엔진으로서 네이버쇼핑의 강점을 말해준다. 다양한 상품 종류란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셀러가 많다는 걸 뜻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저관여 상품의 경우 네이버 가격 비교를 통해서 구매한다. “빨리 배송받고 싶으면 쿠팡, 싸게 사고 싶으면 네이버 가격 검색”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다. 실제로 네이버쇼핑에는 소상공인 셀러뿐 아니라 쿠팡, 위메프, 11번가, 지마켓, 옥션 등 국내 대표 이커머스들도 입점해 있다. 네이버로 상품을 검색한 소비자를 가격으로 유인해 자사 쇼핑몰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편리한 앱 사용 역시 인터넷 진입로 역할을 하는 대표 포털 네이버가 가진 기본기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가장 집중하는 분야가 쇼핑과 금융인 만큼 당장 쿠팡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면서 “이커머스 초저가가 단기 이벤트를 제외하면 평준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 쇼핑은 검색 행위와 구분되지 않는다. 검색이 곧 쇼핑인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쇼핑의 향후 이커머스 장악력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쿠팡 잠실 사옥. /사진=쿠팡
쿠팡 잠실 사옥. /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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