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티딘 판매중지로 제약사들 손실 입어···니자티딘 이어 메트포르민 제제도 주목
유한양행·JW중외제약 등 기술이전 후속 조치 활발···동아ST, 기술료 수익으로 영업이익 호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2019년은 정부의 의약품 안전성 이슈 정책으로 인해 제약업계 손실이 큰 해였다. 라니티딘 제제 판매중지의 여파는 해당 제약사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반면 상위권 제약사를 중심으로 기술이전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등 연구개발(R&D)에 주력한 해였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9년 제약업계 이슈 중 사회적으로도 두드러진 초점은 정부의 의약품 안전성 이슈 관리였다. 국내 제약업계에 미친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월 하순 국내 제조소에서 만든 라니티딘 원료 7종에서 NDMA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한 불순물이 검출됐다는 사유를 내세워 국내에서 유통되는 완제 의약품 269개 품목을 대상으로 제조와 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NDMA가 검출되는 원인은 라니티딘에 포함돼 있는 아질산염과 디메틸아민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체적으로 결합해 생성되거나 제조 과정 중 아질산염이 비의도적으로 혼입돼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이 같은 라니티딘 제제 판매중지로 인해 대웅제약과 일동제약이 매출 손실을 경험했다. 대웅제약은 라니티딘 제제인 알비스와 알비스-D를 제조하고, 위임형 제네릭인 가제트 판매권도 갖고 있었다. 대웅의 라니티딘 제제 판매 물량은 연간 6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라니티딘 단일제 큐란과 알비스 제네릭 더블원을 판매해 왔던 일동제약의 손실은 연간 2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제제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 니자티딘 원료 의약품 및 완제 의약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일부에서 NDMA 잠정관리기준을 미량 초과하는 수치가 나타났다고 11월 하순 밝혔다. 이에 식약처는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미량 초과해 검출된 완제 의약품 13개 품목에 대해 제조 및 판매를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

의약품 안전성 이슈는 당분간 제약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2019년은 물론 2020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에서 판매 중인 메트포르민 제제 46개 품목 중 3개 품목이 NDMA이 검출됐다는 사유로 회수됨에 따라 한국 식약처도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현재 메트포르민 제제의 NDMA 시험법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제약사들이 제출한 메트포르민 생산 현황 자료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연구개발은 올해에도 이어지며 이른 시일 내 결실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지만, 매출의 일정 부분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성과 도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 얀센 바이오텍에 기술이전한 항암 신약 ‘레이저티닙’에 공을 들이고 있다. 레이저티닙은 비소세포폐암 중 이레사나 타쎄바와 같은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 투여 후 EGFR 유전자에 T790M 돌연변이가 생긴 환자를 타깃으로 한다. 얀센은 기술수출 7개월 만인 올 6월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레이저티닙 글로벌 1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11월부터는 피험자 모집에 착수했다.

JW중외제약이 지난해 8월 전 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도 글로벌 임상시험 개시를 앞두고 있다. JW중외제약 파트너 레오파마는 올 8월 ‘JW1601’의 약동학 분석을 위한 1상 임상시험 계획을 FDA에 제출했다. JW1601은 JW중외제약이 개발한 혁신 신약 후보물질이다.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세포 활성과 이동을 차단하고,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이중 작용 기전을 갖는다. 

동아ST는 올 1월 티와이바이오와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 티와이레드에 자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을 대동맥심장판막석회화증 치료제 개발에 사용하는 권한을 넘겼다. 눈여겨볼 것은 이 같은 과정에서 확보한 라이선스비용을 실적에 반영하며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한 점이다. 

3분기에는 지난 2014년 일본 삼화화학연구소에 기술수출한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DA-3880’가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만성 신부전 환자의 빈혈 또는 항암 화학요법에 의한 빈혈 치료 용도로 판매허가를 받았다. 역시 기술료 수익이 발생했다. 동아ST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33% 증가한 516억9700만원으로 집계된 것은 이 같은 연구개발의 직접 성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웅제약이 개발한 보툴리눔독소제제 나보타도 지난 2월 미국 FDA로부터 미간 주름 개선 목적으로 사용허가를 받았다. 나보타 판권을 보유한 에볼루스는 5월 주보(나보타의 미국 제품명)의 미국 판매에 돌입했다. 에볼루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주보의 미국 시장 매출은 230만 달러(약 28억원), 3분기는 1320만 달러(약 153억원)로 집계됐다.

메디톡스는 엘러간에 기술수출한 액상형 보툴리눔 독소제제 이노톡스 3상 임상시험이 5건으로 늘어나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노톡스는 동결 건조 방식의 기존 보툴리눔독소제제를 액상 형태로 개선한 품목이다. 엘러간은 지난 2013년 메디톡스와 총 3억6200만 달러 규모의 이노톡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안전성 이슈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약 연구개발에 따른 기술료 수익을 내는 등 상위권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내년 전망은 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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