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 직격탄···전통적인 성수기에도 ‘최악의 실적’ 기록
보잉 이슈 겹친 이스타항공, 결국 매각···다른 매물 또 나올 가능성도

텅 빈 제주공항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일본 불매운동 이후 지난 9월 텅 빈 제주공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항공업계엔 호재는 없고 악재만 가득했다. 항공사들은 비상경영부터 정부 지원 요구 등 불황을 벗어날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지만 수익성 악화를 막지 못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악재까지 겹치며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상장 LCC 4개 업체의 올해 누적 순익을 살펴보면 모든 곳이 적자다. 별도재무제표 기준 제주항공은 누적 손실 금액이 185억원이고 진에어가 107억원 적자, 티웨이항공 349억원 적자, 에어부산이 635억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 예견된 불황, 일본 불매운동으로 시기 앞당겨져

LCC는 2004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 설립을 시작으로 하나 둘 생겼다. 한성항공 이후 제주항공(2005년), 에어부산(2007년), 진에어(2008년), 이스타항공(2009년) 등이 연이어 출범했다. 현재 국내엔 9개의 LCC가 운영되고 있다.

출범 초기 LCC는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 LCC가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섰다. 각 회사가 적자에서 벗어나 돈을 벌어들인 시기를 확인해보면,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2010년 각각 92억원, 56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적자를 벗어났다. 이후 제주항공이 2011년 168억원, 티웨이항공이 2013년 140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수익성을 확보한 각 업체들은 급격히 몸집을 키웠다.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고 신규 노선 개척에 박차를 가했다. 각 업체의 규모가 커지면서 공급이 여객 수요를 앞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국제선 부문 LCC의 공급은 전년 대비 12.5% 늘어난 842만석에 달한다. 반면 LCC를 이용한 여객은 지난해보다 4.6% 늘어난 660만명에 불과하다. 국내선 역시 공급은 3.5% 늘어난 535만석에 달하지만 여객은 1.1% 늘어난 476만명으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다.

업계선 40년 전 미국 사례를 근거로 공급 과잉으로 국내 항공사가 도산할 것이라 예견했다. 미국은 카터 행정부 시절 ‘정부가 항공 산업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신규 항공사가 우후죽순 생겼고, 공급 과잉 상황이 발생했다. 경쟁에서 밀린 99개 항공사는 인수되거나 정부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 중엔 업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트랜스월드항공(TWA)과 이스턴항공, 팬암항공 등도 포함됐다.

여기에 일본 불매운동이 겹치며 LCC의 위기가 앞당겨졌다. 일본은 지난 8월 28일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수출규제는 시민들의 일본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일본을 주요 수익 노선으로 삼던 항공사들은 하나 둘 일본 노선을 정리했다.

수출규제 이후 한 달 만에 일본 노선 이용 여객은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자연스레 실적은 급감했다. 올 3분기 상장 LCC의 당기순익 변화를 살펴보면 별도재무제표 기준 ▲제주항공 313억원 적자 ▲진에어 181억원 적자 ▲티웨이항공 214억원 적자 ▲에어부산 404억원 적자 등으로 나타났다. 3분기가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격은 더 크다.

별도재무제표 기준 상장 LCC 3분기 당기순익 변화.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별도재무제표 기준 상장 LCC 3분기 당기순익 변화.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 결국 이스타항공 매각···LCC 추가 매물 가능성도

일본 불매운동 외에도 보잉737 맥스 기종의 운항 중단으로 매달 5억~7억원의 손해를 보던 이스타항공은 비상경영 선언 2달 만에 제주항공에 매각된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지난 10월 임직원들에게 비상경영 상황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8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 지분 매입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주식매매계약(SPA)은 오는 31일 체결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51.17%)를 약 695억원에 매입할 계획이다.

인수 결정 이후 제주항공이 최우선 해결 과제로 “재무구조 개선”을 꼽을 만큼 이스타항공은 연이은 악재에 곪아갔다. 지난해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은 484.4%이고 자본잠식률은 47.9%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스타항공 매각이 LCC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고 설명한다. 추가적인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주목되는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은 HDC의 자회사다. 인수 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IDT,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은 HDC의 증손회사가 된다.

문제는 공정거래법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 내에서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를 확보해야 한다. 에어서울(100%)과 달리 아시아나IDT(76.2%), 에어부산(44.2%)은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인수 후 HDC가 시장에 다시 내놓을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에어부산 등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2년의 기간이 남아있다”며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지주사에서 인수할 수도 있고 전략적 파트너와 함께 지분을 사들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불황을 잘 버텨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외부 요인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특성 상 내년 상황을 쉽게 전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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