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평창동 자택서 조 회장·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언쟁···조 전 부사장 반란 묵인 탓
조 전 부사장 경고장, 외부 세력에 경영권 장악 빌미제공 여지 남겨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회장 / 사진=연합뉴스

 

한진가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 불씨가 집안싸움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번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간 소란이다. 이들 간 다툼은 표면상으론 모자간 다툼이지만 사실상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의 대결까지 각오한 힘겨루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두고 이 고문 등 가족들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번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나,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남매 갈등서 모자 갈등으로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모친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아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배경에는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 회장의 경영방식에 제동을 건 것을 세간에 알린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부사장은 최근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이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공개 겨냥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반기를 이 고문과 교감하고, 이를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잠잠했던 조 전 부사장이 지금에 와서 갈등을 폭로한 것은 지난달 발표한 한진그룹 정기인사에서 배제된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세간에 땅콩회항으로 알려진 사건과 함께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켜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 명품 밀반입 혐의 등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모든 직책에서 손을 놓았다. 사법부는 지난 7월과 이달 중순 이와 관련한 사건 등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지만 지난달 발표한 한진그룹 정기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은 배제됐다.

조 회장이 최근 항공 외 호텔, 레저 등 다른 사업에 대해 구조조정 의지를 보인 점도 조 전 부사장을 자극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지난 달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항공산업에 주력하고 이익이 안 나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룹 내 이익이 나지 않는 대표적 사업분야로는 호텔과 레져 분야가 있는데, 이는 그룹 내에서도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해 경영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 분야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그룹 호텔사업을 담당했고, 레저 기업 요트마리나를 운영하는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도 맡았다. 그럼에도 조 회장이 이 같은 사업 영역을 정리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소통 부재로 답답한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을 이중으로 자극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진그룹 및 한진칼 지배구조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진그룹 및 한진칼 지배구조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조 전 부사장, 경영복귀 위한 경고카드 꺼낸 셈…분쟁 장기화시 조 회장 경영권 불안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의 지배구조를 보면 조 회장(6.49%)을 비롯한 모친 이 고문(5.31%), 조 전 부사장(6.39%), 조현민 전무(6.47%) 등 지분율이 낮다. 네 명의 총수일가 중 한 명이라도 노선을 달리하면 한진가 지분이 쪼개지며 경영권까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는 강성부펀드로 알려진 KCGI(17.29%), 한진가 우호세력으로 알려진 미국 델타항공(10%), 반도건설(6.28%) 등이 보유중이다.

한편, 한진칼에서 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3일 끝난다. 한진칼 주주총회는 내년 3월 중 열린다. 이때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총수는 경영권을 상실한다. 이번 분쟁이 장기화되면 한진가가 경영권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조 회장 입장에서는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총수 자리를 노린다기보다 자신의 손아귀에 있던 경영권을 조 회장이 마음대로 하는 상황을 견제하기 위한 경고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공개적 경고카드가 그동안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한 외부 세력에게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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