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車 판매량 급증하는데 충전소 제자리걸음···“실체 없는 ‘안전한 수소’ 이미지만 남을 것”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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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는 올 한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총 3906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넥소 판매량 대비 565.4% 성장한 수치다. 아직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감안하면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시장의 성장세 또한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기도 하다.

#2 정부는 올 초 18개에 불과했던 수소충전소를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2022년 310개, 2030년 660개, 2040년 1200개 이상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충전소 설립에는 약 3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절반은 정부가 지원한다. 그럼에도 충전소 설치는 지지부진 하다. 마진율이 극도로 낮아 설치를 꺼리는 실정이다.

정부의 ‘수소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둘러싼 잡음이 감지된다. 수소차 판매가 급증하는 등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각종 규제와 현실적인 이유로 수소충전소 확충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만’ 강조한 대책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책의 화두는 ‘안전’이다. 이른바 ‘수소법’을 제정해 글로벌 수준의 안전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해당 대책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 내에 ‘수소안전센터’가 신설됐다.

향후 수소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수소안전처 등으로의 확대를 꾀할 예정이다. 폭발사고로 악화된 수소의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데 주안점을 뒀다.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 아래 수소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선제적으로 국민에 심어주고, 관련 사업을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수소충전소와 관련해선 관리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시공단계부터 가스안전공사와 전문가 등이 입지여건을 고려한 안정성평가를 실시해 위험요인에 대해 예방조치를 시행하고 평가에 따른 안전조치 사항을 주민들에 공개한다. 또한 정밀안전진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이중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충전소 운영 중 안전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충전소 표준 시공·유지관리 매뉴얼’을 제작·보급 △수소 전문 업체 육성 등을 바탕으로 한 충전소 안전관리 역량 강화 △충전소 수소누출에 영향을 미칠 고압용 밸브류의 안전인증을 단계적으로 압축기·충전기 등으로 확대해 제품 제조단계서부터 안전관리 추진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안 등이 대책에 포함됐다.

수소차 등 유관 업계에서는 수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마찬가지로 폭발사고로 위축된 수소충전소 확대 등과 관련해선 다소 무신경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한 관계자는 “강릉사고 후 각 지자체가 수소관련 시설을 건립하는데 상당히 소극적으로 돌아섰다”며 “혹시 모를 사고를 우려해 면피할 목적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마진율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이 같은 부가적인 난제들까지 중첩돼 수소충전소 확충이 더딘 것이다”고 꼬집었다.

통상적으로 수소충전은 주유보다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자연히 수소충전소의 회전율은 기존 주유소보다 더딜 수밖에 없다. 낮은 마진율에 회전율까지 더디다보니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결국 긴 충전시간 동안 고객들이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취식이 가능한 부대시설의 입점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부대시설이 충전기에서 최소 8미터 떨어져야 한다는 데 있다. 수소충전소 내부에 8미터의 완충지대를 사이에 두고 충전기와 고객편의시설이 함께 공존하기 위해선 상당히 큰 부지가 필요하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경우가 다반사다. 완충지대가 아닌 선택지는 ‘방폭시설’이 유일하다. 다만 이 경우 별도의 추가비용이 소요된다. 이와 관련된 보조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소차 등과 같은 수요확대를 인프라가 못 쫓아가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LPG충전소보다 설치가 까다로운 수소충전소를 누가 설치하려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수소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위해 이미지 개선이 절실함은 분명하지만 관련 산업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는 결국 이미지만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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