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모집인·점포수 감축으로 허리끈 졸라맨 카드사들
베트남·미얀마 등 신남방 진출로 활로 모색

8개 전업계 카드사 3분기 실적./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8개 전업계 카드사 3분기 실적./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카드업계에게 있어서 2019년은 역경의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정부의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 정책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된 데 이어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환급 등 연이은 악재가 닥치면서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러나 예상외로 카드사가 실적에 선방하면서 심지어 지난해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다만 올해 실적 선방은 카드사의 긴축경영에 따른 성과라 내년까지 실적 선방을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카드사들은 내년 활로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 뼈 깎는 비용절감이 만든 예상 밖 실적 선방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롯데·우리·하나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들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9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억원(1.63%) 증가한 수치다.

카드사별로 보면 현대카드와 비씨카드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카드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518억원으로 전년 동기(1278억원) 대비 18.8% 상승했다. 비씨카드의 경우 112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903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1년새 24.5% 뛰었다.

카드업계의 3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일부 중소형사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하나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37.8% 하락한 4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여타 카드사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고 전체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수수료 인하의 직격타를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카드의 경우 지난 5월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임직원 위로금 지급과 롯데멤버스 해외 법인 주식 및 자산처분 등에 따른 지출로 지난해 3분기(700억원)보다 39.3% 감소한 4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카드사들의 전반적인 실적 선방의 배경에는 긴축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카드모집인과 점포 수를 줄여 사업비용을 축소하고 높은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던 소위 ‘알짜카드’를 단종시키는 등 마케팅 비용 감축에 나서는 것 등이 예시다.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수입이 줄어든 대신 그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인 결과라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카드사들은 이번 실적 선방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9월말 기준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카드 모집인은 1만1760명으로 전년 동기(1만3811명)보다 2000명 이상의 인원이 줄었다. 카드모집인은 최근 3년간 꾸준히 감소세다. 영업점포 수 역시 3분기 기준 213개로 2017년 말과 비교하면 36%(120개) 급감했다.

◇ 해외 진출로 새 먹거리 찾아 나서는 카드사들

카드사는 업계에 닥친 수익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 진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국내시장만으론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을 출범시키며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앞서 롯데카드는 2018년 3월 국내 카드사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소비자금융, 신용카드업 등 라이선스를 획득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베트남 전역에 영업망을 확대하고 현지인 대상으로 신용카드, 할부금융, 소비자대출 사업 등을 운영 중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7월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를 출범시키면서 베트남 현지 사업을 본격 개시했다. 또한 올해 3분기까지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해외법인 4곳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캄보디아에 첫 번째 해외 자회사인 ‘KB대한특수은행’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캄보디아 진출 10개월 만에 첫 반기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캄보디아에 이어 인도네시아에도 자동차·오토바이·내구재 할부금융 사업 등을 영위하는 현지 여신금융전문회사 ‘PT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PT Finansia Multi Finance)’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 Share Purchase Agreement)’을 체결하면서 해외 진출 행보를 이어갔다.

우리카드 역시 해외에서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2017년 1월부터 본격 영업에 나선 우리카드의 미얀마 현지법인인 '투투파이낸스'는 올해 말까지 누적 당기 순이익 25억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3억4600만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올해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 중이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베트남의 소비자금융 기업인 FCCOM의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첫 해외 진출을 성사시켰다. FCCOM은 베트남의 중견 은행인 MSB의 100% 자회사로, 개인대출 상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 이후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수수료 수입이 악화되자 카드사들이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특히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고 금융 수요도 많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진출이 집중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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