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 98% 장악’ 우려에 합병 반대 외치는 업주들···수수료 인상하면 음식가격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
추혜선 의원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면밀히 해야”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국내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 독일 본사 간 합병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반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더욱 많은 식당을 입점시키는 게 중요했던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한 기업이 되면, 더 이상 경쟁 유인이 사라져 각종 수수료·광고료 및 소비자 혜택이 사라질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소상공인들이 국회로 몰려가 반대 목소리를 낸 이유다. 

소상공인들이 가장 염려하는 점은 수수료 및 광고료 인상이다. 27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배민-DH 간 기업결합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내 “배달앱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과 2, 3위인 요기요, 배달통 사용자는 1110만명으로, 국내 배달앱 사용자의 98.7%에 달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특정 시장의 전무후무한 독점 소식에 배달앱을 활용하는 소상공인들은 수수료 및 광고료 인상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수료 등 거래 조건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우려, 시장지배력 남용과 불공정행위 심화에 대한 위험성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시사저널e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소상공인연합회 등 배달앱과 직접 계약을 맺은 업주들이 속한 단체들에 요청해 12월23일부터 27일까지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 인수합병’ 이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배민과 요기요 연합군 탄생에 대한 긍정/부정 의견을 포함해 그동안 배달앱 간 경쟁이 수수료 인하나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향후 수수료 변동이 있을 경우 이를 가격에 반영할 것인지 등을 물었다. 

◇ “배달앱이 수수료 올리면 음식값 올리겠다”

배달앱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은 이번 합병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양사가 합병하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 98%를 차지하게 된 데 대해 소상공인의 55%가 “아주 도움이 되지 않는다”, 40%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85%가 “수수료 및 광고료 인상 가능성”을 꼽았다. 배달앱 정보 독점, 국내 기업이 외국계 기업에 팔린 데 대한 거부감 등도 이유로 꼽혔다. 

이 같은 우려가 계속되자 인수합병을 발표한 나흘 후인 지난 17일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차기 CEO는 “M&A 이후에도 중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점주 이탈 등 예견되는 갈등 상황을 진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소상공인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85%의 응답자가 “처음에는 유지하다가 이후에는 올릴 것”이라고 답했고, 나머지 15%는 “발표를 아예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독점 시장이 수수료 인상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실제로 최근 치열해진 배달앱 경쟁이 음식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배달앱 간 경쟁이 점주님의 배달/음식가격 결정에는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5%는 “매우 영향을 미쳤다”고 25%는 “영향을 미쳤다”고 답하는 등 소상공인의 70%가 배달앱 업체 간 경쟁이 실제 업주가 서비스 및 재화 가격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향후 배달앱이 수수료 및 광고료를 올린다면 음식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응답은 65%(매우 그렇다 45%, 그렇다 20%)로, 올리지 않겠다(25%)는 응답보다 우세했다.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닌 이유다. 

◇ “매각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배민과 DH 간 합병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대표 스타트업이 해외 자본과 M&A에 성공한 사례”라며 국내 벤처 기업의 성장성을 확인한 사례로 보기도 한다. 다만 이는 다분히 엑시트(투자회수)가 목적인 기업의 시선이라는 게 소상공인들의 입장이다. 국내 대표 벤처의 글로벌 진출은 반길 일이지만 실제 사용자가 그동안 누려 왔던 가시적인 혜택이 줄어들고, 입점 업주 수수료가 인상된다면 이에 대해 반기를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이들을 국수주의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억울함을 표시하는 이유다.  

조사에 참여한 소상공인 중 한 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 기업이 그것도 외국계 회사와 기업 이윤을 위해 합병하는것을 어떻게 제지하겠는가. 정해진 수순”이라면서도 “앱 간 경쟁이 있어야만 점주들에게 더 좋은 조건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독점 시장은 수수료를 1~2%만 인상해도 어마한 돈을 버는 노다지 시장이다. 장사하는 업주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네이버라는 플랫폼이 뉴스 시장을 장악했듯이 배달음식업의 배달앱 종속은 시간문제다.예방 차원의 제도적 규제 및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므로 배민 수수료 인상은 당연하다. 우리 소상공인, 외식업 대표님들도 힘을 모아 배달 플랫폼을 만들어서 대응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27일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주최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한 사업자가 독점하는 시장에선 대부분 필연적으로 불공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 근거로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배달앱 가맹점 실태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당시 조사에 응한 배달앱 가맹점 506개사 중 절반 이상(51%)이 할인과 반품, 배송 등에 대한 서면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배달앱에 지불하고 있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응답도 전체의 절반 이상(55.9%)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추혜선 의원은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양분하고 있는 현재의 배달앱 시장에서도 이런 불공정이 존재하는데, 한 사업자가 완전히 독점하게 될 경우 어떤 모습이 되겠느냐”면서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 1위와 2, 3위를 양분해 온 두 기업의 결합이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차단하고 성장을 저해하지 않을지 면밀히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배민-DH 간 합병에 대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의 엄정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지호 기자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배민-DH 간 합병에 대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의 엄정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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