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영 이대서울병원 교수 “파열로 출혈 발생하면 사망률 50%”···유병률 증가 추세
평상시 건강검진 자세히 받고 뇌동맥류 발견되면 전문의 찾아 예방적 치료 통해 파열 없도록 체크해야

조동영 이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 사진=시사저널e
조동영 이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 사진=시사저널e

# 건강검진으로 시행한 뇌혈관 MRI 결과를 받아본 A씨는 깜짝 놀랐다. 결과지에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의심되니 신경외과 진료를 볼 것을 권유합니다’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머릿속 시한폭탄, 지주막하 출혈, 뇌경색 등 무서운 말들이 많이 보였다.

“뇌동맥류는 쉽게 설명하면 뇌동맥 벽이 약해지면서 부풀어 올라 혹이 생기는 질환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우리가 혹을 꽈리라고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조동영 이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혈관 질환을 설명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일반인도 잘 알고 있는 뇌경색은 혈관이 막혀 뇌조직에 손상이 오는 질환을 지칭한다. 반면 뇌출혈은 뇌혈관이 파열돼 뇌에 피가 고이는 것을 말한다. 뇌경색과 뇌출혈을 합쳐 뇌졸중으로 부른다. 현재 대한민국 50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한 뇌졸중 유병률은 1.8% 정도다. 반면 뇌동맥류 유병률은 5% 정도로 집계된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의 내측 벽이 손상되면서 혈관 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주로 40~60대에 많이 발견된다. 대개 전뇌 교통 동맥, 후뇌 교통 동맥, 중뇌동맥분지에 잘 발생한다. 뇌동정맥기형 등 혈관기형과 동반되기도 한다. 20% 환자에서는 다발성으로 나타난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다. 비파열성이란 혹이 터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즉 혹이 터진 파열성 뇌동맥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다 주로 건강검진을 하면서 시행한 뇌혈관 MRI나 CT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혹 만성적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이유로 시행한 검사에서 발견되는 예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증상과 연관이 없다. 즉 만성 두통이나 어지럼증 원인은 뇌동맥류가 아닌 다른 데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크기가 큰 뇌동맥류나 특수한 위치에 발생한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 주변 신경이나 뇌조직을 압박하면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 비파열성 뇌동맥류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습니다.”

그렇다면 증상도 없는 비파열성 뇌동맥류를 왜 그리고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치료 이유는 뇌동맥류가 파열될 경우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뇌출혈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뇌동맥은 지주막하 공간에 분포합니다. 뇌동맥류가 파열될 경우 이 공간으로 피가 흘러 들어가면서 두뇌 전반적으로 출혈이 생깁니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한 경우, 사망률은 50%에 달한다고 한다. 나머지 50% 중 30%는 인지장애, 마비 등 신경학적 합병증이 남게 된다. 정상적으로 장애 없이 회복하는 경우는 20%에 불과하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이에 출혈 전 예방적 치료가 중요한 것이다.

“비파열성 뇌동맥류 치료는 혈관 내 수술 치료나 외과적 개두술을 통한 치료로 시행합니다.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선 대퇴동맥을 통해 경동맥까지 카테터를 삽입한 후 직접 조영제를 주사하면서 혈관을 촬영하는 혈관조영술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이같은 혈관조영술 결과를 토대로 비파열성 뇌동맥류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혈관 내 수술의 경우 머리를 열지 않고 대퇴부 동맥을 통해 미세 카테터로 동맥류까지 접근해 백금 코일로 동맥류 내부를 폐색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동맥류 경부 크기가 큰 경우 스텐트 삽입 후 코일 색전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경우 2년 정도 기간 항혈소판제제를 복용하게 된다. 뇌혈관 내 수술을 통한 치료는 머리를 열지 않고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 3일 정도 입원 치료 후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뇌동맥류를 혈관 내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맥류 근처에서 혈관이 분지하는 경우나 혈관의 퇴행성 변화가 많이 진행해 동맥 내부를 통한 동맥류 접근이 어려운 경우 혈관 내 수술적 치료가 위험하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술적으로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통한 클립 결찰술을 진행한다. 

외과적 수술을 통한 클립 결찰술은 두피를 절개한 후 두개골 절제를 한 뒤 뇌 속으로 접근해 동맥류 경부를 금속 클립으로 결찰해 동맥류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통상적으로 일주일 정도 입원 후 일상생활로 복귀하게 된다. 클립 결찰술의 경우 코일 색전술에 비해 회복 기간이 조금 길 수도 있다. 반면 동맥류 재발률이 코일 색전술에 비해 낮고, 수술 후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크기가 15mm 이상인 동맥류는 일반적 클립 결찰술이나 코일 색전술이 불가능한 때도 있다고 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최근 뇌혈류 전환 스텐트 삽입술이라는 치료 방법이 개발돼 시행되고 있다. 동맥류가 기시하는 혈관을 따라 그물망이 촘촘한 스텐트를 삽입, 뇌동맥류 내부로 흘러들어가는 혈류 양을 감소시켜 혈전을 유발해 동맥류를 폐색하는 방법이다. 이전에는 치료할 수 없었던 동맥류를 치료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같은 조 교수 설명을 듣고 난 후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모든 비파열성 뇌동맥류를 치료해야 하는지 여부다. 조 교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 혹의 크기와 위치, 모양, 인종, 가족력 등에 따라 파열 위험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치료 기준은 혹의 크기가 5mm 정도인 경우입니다. 혹이 3-5mm인 경우에서는 동맥류 모양과 위치를 보게 됩니다. 반면 3mm 이하일 때는 일단 관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뇌동맥류는 1년에 0.1~1%의 누적 파열 위험성을 가진다고 한다. 따라서 치료 계획을 세울 때는 환자 나이, 동맥류 크기와 위치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최근 뇌동맥류 유병률이 증가 추세입니다. 뇌혈관 MRI 검사 사례가 늘고 있어 발견 빈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평상시 건강검진을 자세하게 받고 혹시 뇌동맥류가 발견되면 전문의를 찾아 예방적 치료를 통해 파열이 없도록 체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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