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경제성장률 2.4% 예상···관건은 미·중 등 교역국 경제 향방
中 경제성장률 뚜렷한 하향 곡선···美 내년 경제성장률 2%대 유지 할 듯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았다. 문 정부는 2020년 집권 4년차를 맞아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들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이에 그 동안의 정책들을 가다듬고 개선해야 하는 필요성도 있다. 시사저널e는 문 정부의 경제 정책과 한반도 정책 등을 점검하고 2020년 정책적 개선이 필요한 사안을 알아본다. 2020년 4월 총선을 맞아 선거법 개정에 따른 영향도 살핀다. 구체적으로 확장재정 방침과 재원 마련, 세대별 일자리로 보는 고용시장 정책, 대북정책 적극적 변화 여부 등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정책, 미·중 등 주변국 영향과 경제성장률 전망, 에너지 정책 전망 및 계획, 선거법개정안 처리에 따른 정국 및 총선 영향 등 6개 분야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내년에 민간·민자·공공분야에 총 100조원 투자를 창출하고, 경제성장률을 2.4%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힌 반면, 국내 경제 연구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2.0%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소폭 반등의 조짐은 보이겠지만, 올해 경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2%대 저성장에 머물 수 있어 ‘L자형’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내년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및 설비투자의 증가세 반전 가능성에, 정부 확정재정 기조 등으로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경기가 점차 회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관건은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와 반도체 경기의 향방이다. 전체 수출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미중 양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우리경제 회복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2%대 성장률’ 예상···정부, 민간·민자·공공에 100조원 집행

내년 한국 경제 키워드는 ‘오리무중’과 ‘고군분투’가 꼽혔다. 올해 경기 성장에 걸림돌이 됐던 미중 갈등과 한일 갈등, 유럽 브렉시트, 남북경협과 비핵화 등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키워드는 ‘외화내빈’, 올해는 ‘내우외환’이었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단기 변동 속 추세적 하락이라는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내년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사회라는 간판은 유지하더라도 정책 메뉴와 속도는 시장 친화적으로 조절하려는 타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문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KIET)은 우리경제가 올해 2.0%, 내년에는 2.3%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들과 같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2.4%로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은 내년에도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 9월 LG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놨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10월 1.9%로 1%대 성장을 언급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 HSBC 등 해외투자 은행(IB)들도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정부는 ‘경기반등 및 성장잠재력 제고’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으로 삼았다. 가속상각(투자 초기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것) 특례 확대조치 6개월 연장 등 민간 투자 촉진 세제지원 3종 세트를 본격 가동하고, 투자 활성화를 위해 민간(25조)·민자(15조)·공공(60조) 3대 분야에 100조원 규모를 발굴·집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확대경제장관회의서 “단 하나의 일자리, 단 한 건의 투자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정부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L자형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2.4%는 다소 낙관적인 목표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 저성장에 머물고 있는 경제가 빠른 시일 내 반등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다.

김호원 서울대 교수는 “정부와 다수 연구기관은 내년 한국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기업과 일반 경제주체의 체감 인식은 부정적”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한일 수출규제 갈등, 중국 경제 둔화 등 하방 위험을 정부보다 더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 목표 설정,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시의성, 재정·금융·규제·세제 등 정책 간 조합,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부합성 등에 있어 미진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혁신선장을 위해선 정책의 구체성·유연성, 핵심규제 개혁, 공급혁신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 자료=기획재정부, 표=이다인 디자이너
한국 경제성장률 추이 및 2020년 경제지표 전망. / 자료=기획재정부, 표=이다인 디자이너

◇최대 교역국 ‘美·中 경제 성장’에 韓경제 달렸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는 미중 무역갈등 완화와 반도체 업황 회복 등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2020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해 최근 이뤄진 1단계 합의도 경기 반등 전망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라며 “국내외 기관들이 예측한 수치에다 정부의 의지를 ‘플러스 알파’로 실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세계경제가 내년에 개선되더라도 우리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동반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OECD는 미국 경제가 올해 2.3% 성장에서 내년에는 2.0%로 둔화되고, 중국도 올해 6.2% 성장에서 내년에는 5.7%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중국 경제성장률이 6%대를 밑돌게 되면,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6%로 정점을 찍고 2011년 9.5%, 2012년 7.9%, 2013년 7.8%, 2014년 7.3%, 2015년 6.9%, 2016년 6.7%, 2017년 6.8%, 2018년 6.8%를 기록하면서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중국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주요 20개국(G20)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 내년 경제성장률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최근 미국 및 유로지역의 경제 동향과 2020년 전망’을 주제로 한 해외 경제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2020년중 미국 경제는 개인소비 및 주택투자 증가, 양호한 고용사정 등에 힘입어 2%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경제에 타격을 준 미중 무역전쟁이 ‘1단계 무역 합의’를 계기로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무역분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써 우리 경제도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경제성장 회복은 미중 간의 협상 타결과 수출 회복에 달렸다”면서 “여기에 5G 혁신으로 인한 반도체 사이클 회복, 소재·부품·장비 대규모 투자가 합쳐지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노동시장의 격차와 이중구조 개혁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 비정규직 노동시장을 직무형에 맞도록 하는 인프라 구축, 공정임금 체계 확립을 위한 임금 개혁 등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기간 전후로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 증대, 투자심리 위축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다만 경기하강을 유발하기보다는 2020년 하반기 중 경기 확장의 속도를 제약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정부가 내세운 성장률 달성을 위해선 민간기업 활력 회복이 중요하다”며 “규제 혁파와 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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