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1년 간 코스피서 총 12조 순매도
8월 이후에도 6조 팔아치워···매도 물량 기관이 받아
개인 투자자, 미국 증시로 이동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증권사들의 로고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코스피 시장은 ‘개미’들의 엑소더스가 컸던 한 해였다. 작년과 달리 국내 투자자들은 증시 변동성 확대로 국내에서 발을 빼고 해외에 투자하는 ‘직구족’이 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빠진 자리에는 기관과 외국인으로 채워졌다.  

◇개인 투자자, 1년 간 코스피서 12조원 팔아치워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2일부터 12월26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총 12조1172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15조5000만원 순매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개인들의 매도 물량은 기관과 외국인이 대부분 가져갔다. 같은 기간 기관은 코스피에서 8조9301억원을, 외국인은 1조224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작년과 반대되는 상황이다. 작년 같은 기간엔 개인이 6조7788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6조1646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2조1800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개인 투자자가 매도물량을 쏟아낸 것은 대내외 악재로 주가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지난 7월1일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 논란으로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8월6일엔 장중 1891.81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코스피서 개인과 외국인, 기관의 투자현황. / 사진=시사저널e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로 코스피가 1900선이 무너지자 증시 악재가 길어질 것을 염려한 개인 투자자들는 7~8월 동안에만 1조3876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같은 기간에 2617억원 순매도하는데 그쳤고, 기관은 오히려 1조4775억원을 순매수하며 개인들의 물량을 매집했다. 

하지만 8월 말부터 코스피는 회복되기 시작했다. 8월30일부터 지난 12월26일까지 코스피는 1967.79에서 2197.93으로 11.69%나 올랐다. 이 기간 동안 개인은 6조7440억원을 내다 팔았고 기관은 8조5185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개인과 마찬가지로 3조4478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떠난 개미들 미국 증시로 이동

코스피를 떠난 개인 투자자들은 황소 랠리를 이어가는 미국 증시로 갈아탔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잔액은 83억3404만달러(9조6841억원)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78.73%나 늘었다. 전체 외화 주식 보관잔액에서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57.61%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23억2686 만달러다. 미국 주식 총 결제금액은 297억2758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2%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한 종목은 아마존(15억9881만달러)이다. 2위는 홍콩 증시의 상장지수펀드(ETF)인 ‘China CSI 300 Index ETF’, 3위는 마이크로소프트, 4위는 알파벳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에 국내 투자자들이 몰린 이유는 최근 미국 증시의 강한 상승세 때문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26일까지 사상 최고 랠리를 이어갔다. 미중 무역합의 낙관론과 미 고용 관련 지표 안도감, 미 대선에 따른 주가 추가 상승 기대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년 1월에도 미국 증시는 미중 무역합의에 따른 기대로 추가 상승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국내 증시가 정체 현상에 빠지면서 상승 여력이 확실해 보이는 미국 시장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이동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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