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환율 변동에 올해 각각 7094억원, 5241억원 순손실
여객 부문에선 중·장거리 활용해 선방···악재, 화물 부문 직격탄
최근 미중 갈등 완화 국면으로 내년엔 실적 개선 기대감

대형항공사(FSC)가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으로 중·단거리 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부진한 실적을 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항공업계엔 호재는 없고 악재만 가득했다. 항공사들은 비상경영부터 정부 지원 요구 등 불황을 벗어날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수익성 악화를 막지 못했다.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각 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 3분기 분기순익 부문에서 각각 2513억원, 232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벌어들인 돈이 없어 내야할 돈인 이자비용을 쌓아둔 돈으로 처리하는 상황이다.

◇ 여객 선방에도 화물 부진과 환율 상승으로 ‘적자’

일본 불매운동과 홍콩 정치 이슈 등으로 발생한 여객 수요 감소는 양대 항공사에도 악재로 다가왔다. 각 사는 IR자료를 통해 올 3분기 일본 노선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9%, 17%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중·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노선별 매출비중에서 일본의 비중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여객 부문에서 최악의 실적은 면했다.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일본 노선 매출액 비중은 8%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은 10%다.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3분기 여객 부문 매출액은 2조11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1280억원)과 비교해 0.6% 감소에 불과하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효과 등으로 중장거리 노선에서 호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3분기 여객 부문에서 1조37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 줄어든 수준이다.

양대 항공사에 직격탄으로 다가온 악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다. 올 3분기 대한항공의 화물 부문 매출액은 1조914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5% 감소했다. 단위 당 수익(yield)도 전년 대비 4.4% 줄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년 대비 10.3% 하락한 950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yield는 지난해보다 10.8% 떨어졌다.

양측은 IR자료를 통해 화물 부문 실적 부진의 이유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화물 부문 노선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44%였던 미주 매출 비중은 올 3분기 41%로 감소했다. 판매 지역별 매출 비중에서는 중국이 가장 높은데 이 역시 지난해 3분기 25%에서 23%로 줄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 노선별 매출을 살펴보면 미주 노선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1602억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부문 매출액에서 미주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달한다. 다행히 최근 미중 긴장 관계가 완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내년도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양대 항공사를 괴롭혔다. 달러를 통해 항공유 및 각종 리스 비용을 지불하는 항공사 입장에선 달러 가치 상승 시 실질적으로 원화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진다. 올 3분기 평균환율은 1193.9원으로 전년 대비 72.4원 늘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올 3분기 외화환산손실로 3362억원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도 1513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을 냈다. 외화환산손실은 화폐성 외화 자산이나 화폐성 외화 부채 환산 시 환율 변동으로 인해 생기는 손해를 말한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추락 사고로 인한 무기한 도입 지연, 아시아나항공은 새 회계기준(IFRS16)이 도입되면서 운용 리스가 회계 상 부채로 잡히는 악재를 겪었다. 운용 리스는 항공리 리스 기간 동안 임차료를 제작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올해 이 같은 악재가 반복되면서 대한항공은 3분기 누적 709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도 524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부문 실적 흐름. /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부문 실적 흐름. /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아시아나는 ‘매각’ 대한항공은 ‘구조조정’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계속된 ‘불안정 상태’였다. 앞서 지난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맺은 바 있다. 산업은행은 개선안의 내용을 이행 못할 경우 신규여신을 받지 못하고 만기 도래 여신을 회수할 수 있으며 경영진 교체 권고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불안정한 재무구조는 올해 연이은 악재와 겹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지난 3월22일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감사보고서에 감사의견 ‘한정’을 제시했다. 회계 감사 시 회계법인들은 감사 보고서에 대해 적정과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중 하나를 택해 의견을 제시한다. 적정 의견을 받았다면 보고서가 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됐다는 의미다. 반면 한정과 부적정 및 의견겨절 등을 받은 경우는 보고서 상의 내용이 회계기준과 맞지 않는 경우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운용리스항공기 정비의무 관련 충당부채, 마일리지이연수익 등을 수정했고 3월26일 감사의견은 ‘적정’으로 공시됐다. 재무제표 수정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영업익은 887억원에서 2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감사의견 적정 수정 이틀 후 박삼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금호그룹은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거부당했다. 자연스레 매각 절차를 밟고 지난 7월25일 정식 매각 공고를 발표했다. 입찰 끝에 금호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연내 매각을 위한 막바지 조율 중에 있다.

대한항공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 하에서 직급 체계 간소화, 희망퇴직 등 조직슬림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1월 말 진행된 정기 인사에선 임원직급 체계를 간소화했다.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변경됐다.

임원 숫자도 줄였다. 기존 108명에 달하던 임원 숫자는 인사 후 79명으로 20%가량 감축됐다. 최근엔 ‘희망퇴직 실시 안내’란 제목의 안내문을 각 부서에 전달한 후 희망퇴직자를 신청 받고 있다. 관련 안내문에 따르면, 이번 희망퇴직은 운항승무원과 기술·연구직 및 국외근무 직원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한 15년 이상 근속한 만 50세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대한항공이 사실상 전 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건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업계선 내년 상황도 크게 바뀔 것이 없다는 전망이다. 다만 미중 갈등 국면이 완화되고 있는 점은 호재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업 상황은 여전히 최악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미중 갈등 완화 국면은 FSC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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