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남북 관계 정체 속 北 ‘새로운 길’ 가능성···전문가들 “남북관계, 비핵화에 종속시키지 마라” 주문
“한반도 평화 정책 더 이상 북미 비핵화에 맞춰선 안 돼···한반도 평화가 중점 돼야”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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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았다. 문 정부는 2020년 집권 4년차를 맞아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들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이에 그 동안의 정책들을 가다듬고 개선해야 하는 필요성도 있다. 시사저널e는 문 정부의 경제 정책과 한반도 정책 등을 점검하고 2020년 정책적 개선이 필요한 사안을 알아본다. 2020년 4월 총선을 맞아 선거법 개정에 따른 영향도 살핀다. 구체적으로 확장재정 방침과 재원 마련, 세대별 일자리로 보는 고용시장 정책, 대북정책 적극적 변화 여부 등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정책, 미·중 등 주변국 영향과 경제성장률 전망, 에너지 정책 전망 및 계획, 선거법개정안 처리에 따른 정국 및 총선 영향 등 6개 분야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2019년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책이 일정 부분 한계를 보였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1차 정상회담으로 진전될 줄 알았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변화 없는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 그리고 이에 종속된 한국 정부의 자세를 그 원인으로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통한 평화경제를 추진해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진전시켜 남북 그리고 동아시아의 경제 협력과 번영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문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을 위해 ▲북핵문제 해결과 항구적 평화정착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이라는 3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단계적 포괄적 접근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병행 진전 ▲제도화를 통한 지속 가능성 확보 ▲호혜적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기반 조성이라는 4대 전략을 갖고 있다.

즉 문 정부는 우리 주도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강한 안보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남북 간 상호 존중에 기초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했다.

2018년에는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이에 따른 정상 간 공동선언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 해 6월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첫 회담을 하고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을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북한측 군사분계선을 넘어가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통일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북한측 군사분계선을 넘어가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통일부

그러나 성과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9년 이후 들어 북미 비핵화 협상은 정체됐다. 북한은 미국에게 비핵화 진전에 따른 동시적 상응 조치 등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고 했으나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기대를 맞추지 않고 있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 안에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진전이 없으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밝혀왔다. 북한의 새로운 길은 자력경제, 핵무장력 강화 및 핵 보유국 지위 명확화, 중·러와 협력 강화, 북미 비핵화 협상 중단 선언 등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등 군사적 도발 위협도 있었다.

특히 남북관계는 뒤로 후퇴했다. 비핵화 협상에서 남한을 배제하는 발언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하라고 발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의 남측 시설 철거까지 지시했다.

◇ 전문가들 문 정부에 “대북 제재완화·안전보장·남북경협 미국에 적극 요구해야”

이처럼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모두 악화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도 멀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정책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책에서 지금까지의 관행을 벗어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북미 간 비핵화 진전 속도에 종속됐던 한반도 평화 정책과 남북관계를 넘어서라고 요구했다. 비핵화에 연연하지 말고 남북관계와 평화 정책을 적극 하라는 것이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26일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같이 가려고 했지만 미국이 강력히 나오면서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다. 이에 남북관계도 악화됐다”며 “특히 우리 정부는 너무 비핵화에 연연해선 안 된다. 비핵화가 안 되면 남북관계 등 모든 것이 멈춘다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보다 한반도 평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들을 실행하고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우리에게는 한반도의 평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구도를 이어가려 한다”며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구도를 뚫기 위한 행동과 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문 교수는 “이제 정부는 미국에 할 말을 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 중단 등 우선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하도록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며 “그것은 대북 제재완화와 안전 보장이다. 안전보장의 경우 종전선언과 북미수교 등 새 북미관계를 수립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과 체제 전복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와 유예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가 이렇게 해야 북미 비핵화 협상 뿐 아니라 남북관계도 나아간다”며 “남북경협도 미국 눈치 보지 않고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미국에 남북경협 실행을 요구하고 이러한 우리 입장을 북한에 알려야한다. 제재 사안이 아닌 관광사업과 인도적 지원부터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남북은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 도로와 철도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등 남북경협과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등을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한미 워킹 그룹이라는 틀에 갇혀 미국의 입장을 따르면서 남북합의 사안들을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김광수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은 “북한이 새로운 길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명확히 하려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 방식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며 “한국 정부는 모든 남북관계를 비핵화 상황에 종속시켜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의 민족 자주와 자결의 원칙대로 우리 정부는 군사적 긴장 완화,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도로와 철도 연결 등 경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 정부과 중국, 러시아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해산물·섬유 수출 금지 해제, 남북 철도와 도로 협력사업 제재 대상에서 면제,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 시환 폐지다.

김 이사장과 문 전 교수 모두 “한국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일부 대북 제재 해제 결의안 안보리 제출에 지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중국, 러시아와 공조해 미국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 필요성을 밝혔다. 막혀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쌍방 조처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기고 전문 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은 여전히 마음을 다 열지 않고 있다. 북미는 서로 상대가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문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이루는 데는 한국의 역할과 정책이 중요하다”며 “대통령의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고 밝혔다.

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받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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