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한은 기준금리, 1.75%에서 1.25%로 인하···4대 은행 수익성 급락
각 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 강화 움직임···은행은 글로벌 시장서 해법 모색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25%로 두 차례 인하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25%로 두 차례 인하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올해 한국은행은 국내외 경기둔화와 물가상승률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두 차례의 인하로 인해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에 도달했고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과 맞물려 은행들의 수익성 역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도 남아 있는 가운데 파생결합상품(DLF) 종합대책으로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일부 제한이 걸려 은행권은 내년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각 금융그룹들은 글로벌 사업 확대 등을 통한 수익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길어지는 수출 부진에 내수도 ‘시들’···한은 기준금리, 역대 최저 수준으로 회기

지난 7월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만의 일이다. 당시 시장은 금리 동결을 전망했으나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하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3개월 후인 10월 16일 한은은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기준금리 1.25%는 역대 최저치에 해당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지연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국내 수출도 부진을 지속하자 경기 성장세 회복을 지연하기 위해 완화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저조한 물가상승률도 두 차례 금리 인하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3%에서 1월 0.8%로 하락한 이후 줄곧 0%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0.4%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를 통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0.7%에서 0.4%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2%에서 2.0%로 낮췄다.

경기 불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각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3%와 2.2%로 예상하고 있으며 현대경제연구원(1.9%)과 LG경제연구원(1.8%), 하나금융경영연구소(1.9%) 등 일부 민간 연구소는 보다 낮은 1%대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한은 역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낮췄다.

내년 상반기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미 연준이 지난 12일 금리 인하 중단을 시사하기는 했지만 한은이 통화정책을 통해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을 완화기조로 유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정책의 여지가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자료=각 사/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각 사/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초저금리에 대출 규제까지 은행권 수익성 ‘급락’···글로벌 시장 확대 총력

한은의 초저금리 기조는 은행권의 영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가 낮아진만큼 이자이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출의 총량을 늘려야 하는데 현 정부는 가계대출 규제 일변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금리 수준임에도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에 힘입어 대출영업 호황을 맞았던 2016년과는 다른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지난 16일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고강도 대책을 발표했으며 내년 1월부터는 은행 가계대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신예대율도 시행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하락을 거듭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분기 1.61%에서 올해 3분기 1.53%까지 NIM이 하락했으며 KB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1.70%에서 1.67%로 낮아졌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1.56%에서 1.47%로, 1.51%에서 1.40%로 떨어졌다.

DLF종합대책의 여파로 기타 금융상품을 판매해 수수료 이익을 확대하는 방법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 최종안을 발표해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를 사실상 제한했다. 신탁 상품의 판매는 일부 허용됐지만 이마저도 판매가 현재 잔액 이내로만 제한됐다.

이에 각 금융그룹들을 우선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참여할 전망이며 하나금융그룹은 더케이손해보험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내년 1월 오렌지라이프의 잔여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은행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7일 베트남 다낭지점을 개소하며 베트남 중부 지역에 처음으로 진출했으며 같은 달 20일 사이공지점까지 열어 현지 지점을 11개까지 늘렸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다낭지점 개소식에 참가해 ‘외국계은행 중 1등 은행’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사이공, 빈푹 지점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며 오는 2021년까지 20개 이상의 영업지점을 확보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베트남 자산규모 1위 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 15%를 인수하며 BIDV의 2대 주주가 됐다. 인수가는 약 1조148억원으로 이는 국내 은행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전략적 지분 투자다. 하나은행은 향후 베트남 내 1000여개에 달하는 BIDV 영업점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후발주자로 꼽히는 국민은행도 내년 영토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당장 내년 1월로 예정된 미얀마 은행업 허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지분 22%를 인수한 인도네시아의 부코핀은행도 본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남아 현지 우량 금융회사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 내 외국계 1위 은행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한은행도 고객 150만명을 돌파하는 등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잇달아 성과를 냈던 해외IB 부문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23일 5억3000만달러 규모의 미국 파이프라인 업체 인수금융을 주선했으며 우리은행도 지난달 베트남 민영항공사 비엣젯 항공기 금융 주선에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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