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4차례 학술대회 열어 1억3600만원 협찬 받아···노조, 권익위에 진정서 제출
병원 “정상 절차 거쳐 행사 진행···법률상 해석 차이 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대웅제약 등 43개 업체로부터 금품을 지원 받은 건국대학교충주병원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노동조합은 학술대회라는 명목의 행사를 열어 금품 지원을 받았다며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반면 병원은 정상 절차를 거쳤으며, 법률상 해석의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26일 건대충주병원 한국노총 노동조합에 따르면 병원은 지난 2017년 2건, 2018년 1건, 2019년 1건 등 최근 수년간 4차례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의료계 학술대회는 내과와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학회별 정보교류 및 신지식 공유의 장으로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복수의 과 전문의들과 직원을 동원, 제목만 학술대회로 하고 부스까지 설치하며 금품을 지원받았다는 것이 건대충주병원 노조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2018년 5월 건대충주병원 춘계학술대회 경리과 입금자료에는 병원이 총 43개사로부터 3597만원의 협찬금을 받아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학술대회 브로셔에는 동아제약과 한국아스텔라스제약, 한국에자이, 국제약품, 대웅제약, SK케미칼, 노보노디스크제약, 녹십자, 명인제약, 보령제약, 부광약품, 삼진제약, 유유제약, 유한양행, JW중외제약,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미약품, 한림제약, 일동제약, 환인제약, 한국메라니니, NBM(남북의료기), 다이찌산교, 대송메디칼, 동원아이팜, 마루약품, 메디에스, 삼일약품, 서울의과학연구소(scl), 성윤메디교역, 세종메디칼, 신풍제약, 위더스메디칼, 제일약품(화이자), 종근당, 피앤피팜, 한국MSD, 한국로슈, 한국릴리, 한국오츠카,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화제약, 현대약품 등 43개 업체가 후원사로 기재돼 있었다. 

건대충주병원 학술대회 브로셔. / 사진=시사저널e
건대충주병원 학술대회 브로셔. / 사진=시사저널e

43개 업체는 주로 제약사로 구성돼 있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건대충주병원이 공문을 보내 홍보 차원에서 부스 설치 비용으로 금액을 지급했다”며 “흔치는 않지만 일부 병원도 학술대회를 하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올 2월 22일 건대충주병원은 동계학술대회라는 명목으로 충주 더베이스 호텔에서 병원 내 일부 교수들만 참여해 행사를 진행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실질적으로는 이재동 내과 교수 정년퇴임식을 겸해 행사를 만들고, 이를 위해 제약사 등으로부터 찬조를 받고 참여하지 않은 병원 교수들에게 에어프라이기 등을 선물하는 등 행사를 개최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4차례 학술대회를 통해 건대충주병원은 1억3600여만원 협찬금을 받았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부당한 협찬금 수령도 문제지만 협찬금 용도도 문제 소지가 있다”며 “건대충주병원을 제외한 다른 병원에는 이같은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건대충주병원 노조는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학술대회 건을 질의했다. 권익위로부터는 의대 교수도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권익위는 당시 “직무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으면 안 되고, 직무와 관련해서는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수수가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상식적으로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제약사가 병원 직무와 관련 있기 때문에 학술대회 명목으로 협찬금을 받은 건대충주병원은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건대충주병원 노조는 최근 권익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조 관계자는 “진정서 제출 이후 권익위 담당 조사관으로부터 내년 초 조사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건대충주병원은 정상 절차를 거친 학술대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는 “학술대회는 정상 절차를 거쳐 개최했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는 법률상 해석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권익위 조사가 진행되면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 받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직접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제약사 지원을 받았던 건대충주병원이 노조 폭로로 인해 권익위 조사를 받게 됐다. 그리고 이 사건은 병원과 노조는 물론 제약업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됐다는 분석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갑인 병원이 요청하면 을인 제약사는 지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 권익위가 건대충주병원에 청탁금지법 위반 결론을 내리면 향후 병원들이 학술대회 명목으로 제약사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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