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한국고용정보원, 분석 결과 발표···구직활동금 80%가 생활비로 사용돼
청년들 위한 ‘선심 정책’ 논란 여전···고용부 “구직활동 충실성 위주로 확인”
내년 예산은 2771억원으로 확정···하반기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로 개편

문재인 정부의 ‘청년 3대 정책’ 중 하나인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80%가 사실상 생활비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효용성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 정책 취지와 동떨어진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내놓은 반면, 청년 취업준비생들은 구직활동지원금이 구직활동에 집중하기 위한 제반비용이자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정부 청년 정책이 시행된 지 10개월 만에 사업 효과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일·학습을 병행해야 했던 청년들이 경제적·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나 구직활동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사업 목적인 ‘일자리’와 관련된 분석은 빠져있어 정부의 성급한 정책효과 홍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생활비에 사용됐지만···미취업 청년들 “구직활동에 도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만 18~34세 미취업 청년에게 구직활동비 명목으로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클린카드 형태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대상은 학교를 졸업·중퇴한지 2년을 넘지 않으면서 중위소득 120%(올해 4인 가구 기준 월 554만원) 이하인 청년들이다.

정부는 청년의 구직활동을 폭넓게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숙박·항공·주점 등 일부 업종에선 사용을 금지하고, 지원금 오남용과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측면에서 일시불로 30만원 이상 지출한 건은 구직활동과의 연관성을 보고서 형태로 확인하고 있다.

26일 고용노동부는 한국고용정보원과 함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효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올해 선정자 3만61명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수급자의 클린카드 결제는 모두 175만2163건이었다. 이 중 식비가 58만2983건(33.3%)으로 가장 많았다. 편의점·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매·유통(47만9878건·27.4%), 인터넷 구매(23만3160건·13.3%), 교통비(5만5803건·3.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여기에 의료비(2.1%)까지 포함하면 지원금의 79.3%가 생활비 관련 용도로 사용됐다. 반면 직접적인 구직활동으로 분류되는 도서구입비와 학원비는 각각 1.3%, 0.5%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본래 정책 취지인 ‘구직활동’과 어긋나 보이는 게 대부분이지만, 고용부는 “지원금이 생활비에 쓰여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생계비 부담을 줄여 구직활동에 매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 자료=고용노동부, 표=이다인 디자이너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분석 결과. / 자료=고용노동부, 표=이다인 디자이너

지원금을 받은 청년들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원금이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취업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받으며 취업 준비 중인 이유라(26)씨는 “지원금을 받기 전엔 세금 낭비라고 생각했다”면서 “정작 취업 준비를 하다보면 편의점, 식비 등에 지출이 더 크기 때문에,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경호(27)씨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받고 취업 준비를 했었는데, 구직활동에 가장 필요하고,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크게 소비하는 부분이 식비”라면서 “학원을 다니거나 도서 구입을 하는 것만이 취업준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악용하는 분들 때문에 활동비가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 유아라(24)씨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예비교육 때 들은 바로는 한번에 30만원 미만을 쓰면 생활비 등에 사용가능하다해서 핸드폰을 수리한 적 있다”면서 “생활비로 사용하는 부분엔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 사업 시행 결과 내놓았지만···‘반쪽짜리 분석’ 지적도

고용노동부는 조사 결과에 대해 “하루에 취업 준비를 포함한 구직 관련 활동을 한 시간이 지원금 수급 이전에는 평균 6.33시간이었지만, 수급 이후에는 7.42시간으로 증가했다”면서 “최근 3개월 동안 입사 지원, 면접 응시 등 직접적인 구직활동을 한 횟수도 수급 이전 3.13회에서 수급 이후 3.44회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지원금이 청년들에게 돈을 퍼주는 선심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일부 청년들은 스트레스를 명목으로 40만원 규모의 게임기를 사거나, 치아 교정 비용, 안마 의자 등에 지출한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내놓은 분석에는 정작 지원금이 취업 성사에 미치는 영향 등 일자리 효과 관련 내용이 빠져있고, 지원금을 받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긍정 답변이 많았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분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에도 운영을 지속할 방침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내년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예산은 2771억원이다. 올해 12월 기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총 7만6786명에게 지원됐다.

고용부 공정채용기반과 관계자는 “2020년 상반기에는 총 5만명을 지원하고, 하반기에는 국민취업지원제도로 개편해 계속 지원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는 지원금을 받는 청년들이 자신의 특성에 맞는 취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유형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주장했다.

포퓰리즘 지적과 관련해선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고학력 청년 비중이 높고 여전한 공채 시험을 통한 채용 관행으로 취업준비 비용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의 특성과 노동시장 패턴을 고려해 설계한 것”이라며 “사용 내역보다는 구직활동의 충실성 위주로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용부는 매월 제출된 보고서를 점검하고 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 후 지원금을 지원한다”면서 “전적으로 구직활동을 전제로 한 지원으로 선심 정책, 청년연금, 포률리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청년들이 요구하는 부분들을 내년 사업 계획에 충실히 반영해 내년 하반기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로 원활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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