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 수준 AI 선진국에 비해 2~3년 뒤처져있어"

임희석 고려대 인공지능 연구센터(Human-inpsired AI & Computing)장이 지난 11일 고려대에서 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임희석 고려대 인공지능 연구센터(Human-inpsired AI & Computing)장이 지난 11일 고려대에서 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인공지능(AI)이 여러 산업과 만나면서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맞춰 인공지능 대학원을 설립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포괄적인 지원보다는 우수한 인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11일 임희석 고려대 인공지능 연구센터(Human-inpsired AI & Computing)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수준이 어떠한가.
다른 인공지능 선진국들에 비해 2~3년 처져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1~2년은 아주 큰 차이다. 인공지능 분야 한 달이 다른 분야의 1년인 수준이다. 국내에도 똑똑한 인재들이 많지만 대학에서 해야하는 행정적인 일들이 너무 많다. 연구자가 연구만 자율적으로 마음 놓고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이 안 되어있다. 성과와 양 위주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안전하게 연구하려고 한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인공지능 연구 발전 속도를 더디게 하는 것 같다.

고려대 인공지능 연구센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우리 센터에서 하려고 하는 것은 사람이 생각하고 사람이 학습하는 것처럼 이를 모방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휴먼 인스파이어드 컴퓨팅 기술이라고 한다. 브레인 인스파이어드 AI라고 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사람의 지능을 모방하는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인지적인 기술을 잘 수행하는지를 잘 따라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핵심이다. 그동안 AI는 컴퓨터 과학 측면의 연구들만 많이 이뤄졌다. 알고리즘을 짜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의 성능에 가까운 것들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한계에 도달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연구해서 그 원리를 반영한 컴퓨팅 기술을 만들어서 AI 성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인간을 닮은 AI 기술을 만들어서 10년, 20년 뒤에도 꾸준히 쓰일 원천 기술을 만들고 싶다.

정부의 지원은 만족스러운가.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가 적기 때문에 1%의 리더에 집중해야 한다. 1%의 리더가 양성되도록 해야 한다. 남들 다 하는 것처럼 하고 남들 투자하는 것만큼 해서는 힘들다. 남들과 다른 교육프로그램, 남들보다 더 많은 자원을 1% 우수한 인력에 집중해야 한다. 보여주기식의 사업보다는 1% 인력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지원과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를 과감하게 해야 한다.

대기업의 AI 관련 연구나 방향은 어떻게 보나.
연구는 잘 하고 있다고 본다. 방향도. 외국에 연구소도 만들고 있지만 안팎을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AI 국내 인재, 학자들에 대한 대우가 외국 인재들과 차이가 많이 난다. 기술 사대주의같다. 외국 학자들의 과도한 모셔오기가 그렇다. 국내 인재들도 우수하기 때문에 1/10이라도 국내 학자와 신진연구원에 투자하면 5년 후, 10년 후에는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인재들이 다 해외로 나간다. 연봉에 6~8배가 차이가 나는데 제자들도 다 나가려고 한다.

최근 눈에 띄는 연구가 있나.
재밌는 연구가 있는데 가소성 뉴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는 가소성이 있다. 경험에 따라 구조가 바뀐다. 많이 쓴 뇌의 시냅스 연결이 많아지고 과도한 부분은 제거되기도 하고 그렇다. 인공지능에 이런 가소성 원리가 반영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일부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구조가 확장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축소하는 연구에 성과가 보여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 연구소는 많다. 해당 센터만의 특징이 있다면.
강인공지능을 강조한다. 강인공지능은 설명도 가능하고 추론도 가능한 인공지능이다. 그동안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대부분 약인공지능을 많이 연구했다. 약인공지능은 입력이 들어가면 결과가 나오는 방식이다. 규칙대로 수행하는 방식인데 설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반면 강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설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간은 한 언어를 습득하면 다른 언어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즉 전이학습이 되는 것이다. 강인공지능 역시 그렇다. 습득한 지식을 다른 곳에도 응용해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을 줄까.
인공지능은 사람과 똑같이 만들어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롭게 하고 유익하게 하고,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인 셈이다. 그러려면 더욱 똑똑해야 하고 지능적이어야 한다. 사람과 유사한 지능의 똑똑한 컴퓨팅 기술이 있다면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잘 동작하고 때로는 사람이 못하는 것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서 사람의 삶의 질, 노동의 질, 문화 향유의 질을 높이도록 만들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에 다른 학문도 필요한가.
그렇다. 인공지능이야 말로 융합이 굉장히 필요하다. 인간을 닮은 컴퓨팅 기술을 만들려고 하면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심리학, 신경과학, 컴퓨터 과학, 철학, 인류학, 생물학이 다 필요하다. 기술을 그저 잘 만든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기술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이 유익한지 알아야 한다. 인터넷 기술이 발달돼서 손편지를 전달하는 기쁨이 사라지고,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메신저로만 대화해서 대중 속의 외로움이 나타나는 등 과사용으로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기술을 개발할 때 이런 점들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기술만 개발하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기술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기술이 발생시킬 문제에 대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내년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AI와 기계학습, 자연어처리 교육프로그램을 좀 더 체계화해서 산업체와 연구기관, 민간 기관에 교육하려고 한다. 그리고 논문지를 창간할 예정이다. 현재 창간호를 만드는 중이다. 논문지를 인공지능 분야 쪽에서 권위 있는 연구 논문지로 만들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선도기술을 만들어서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하게 경쟁해서 명성있는 연구소가 되는 것이 목표다. 산학협력을 통해서는 학교도 좋고 산업체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학교에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의 삶과 노동의 질이 높아지면 사회, 국가에도 미약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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