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8K TV 공방에 공정위 맞신고···시장 주도권 선점 경쟁 가열

일본 도쿄 아키바에 위치한 요도바시카메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의 선명한 8K 해상도를 체험하고 있다.
/ 사진=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간 TV 품질 논쟁이 해를 넘겨 재점화할지 주목된다. 올해 양사 모두 TV 사업의 몸집은 키웠지만 경쟁사 제품을 비방하며 상처를 입힌 모양새다. 시장에선 올해 양사의 공방을 두고 사업 수익성 하락에 기인한 고육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TV 제조업계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양사가 주력하는 프리미엄 TV 시장 성장세가 주춤했다는 분석이다. 

◇'1%' 8K TV 시장 두고 공방

26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세계 8K TV 시장은 올해 12만3000대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연간 2억대 판매되는 전세계 TV 시장에서 1%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점유율로 추정된다. IHS마킷은 내년 이 시장이 올해 대비 5배 규모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업계선 8K 콘텐츠 확산 속도와 8K TV 가격 하락이 8K TV의 대중화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8K TV의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시장 선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시장에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지난 9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8K TV 해상도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국제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먼저 지적했고, 이어 삼성전자가 LG OLED 8K TV는 AV1, VP9 등 유튜브 재생 규격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초기 시장에서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했다. 

최근 양사의 공방은 품질에서 인증 문제로 옮겨 붙었다. 최근 LG전자가 내년 신제품 TV를 중심으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8K UHD 인증을 받았다고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의 대응이 주목된다. CES 주최기관인 CTA가 내세운 8K UHD 요건은 8K 해상도의 기준으로 화질선명도(CM)를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9월 이 CM 값을 두고 "8K 디스플레이에 어울리지 않는 과거 기준이며, 자체적으로 측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선 양사의 공방이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 박람회(CES 2020)에서 재점화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CTA가 주관한 CES 행사에서 해당 기관의 공식 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을 전시한다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라며 “만약 삼성전자가 내년에 해당 규격을 다시 맞춘 8K TV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 해당 규격을 충족하지 못한 2019년형 제품은 더 할인된 가격에 내놓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시장에선 양사의 TV 공방을 두고 사업 수익성 하락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양사의 TV 사업은 전사 실적을 뒷받침하는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TV 시장은 스포츠 이벤트가 없는 가운데 경쟁이 심화하면서 성장이 주춤했다. 증권업계선 올해 LG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부의 매출이 지난해와 비슷한 16조4000억원, 연간 영업익은 전년 대비 25% 가량 감소한 1조1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대에서 올해 6%대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G전자가 집중하는 프리미엄 TV 시장 성장이 주춤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VD사업부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와 유사한 7%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KTB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VD사업부가 올해 매출 26조3920억원, 영업익 1조822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 7%와 유사한 6%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집중하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예상보다 수익성이 저조한 점이 세트업체 간 마케팅 공방에 한 몫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불거진 QLED-OLED 논쟁…‘QD디스플레이’로 판도 바뀔까

올해 8K TV 화질로 시작한 양사 공방은 수년간 이어진 QLED 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품질 논란을 다시 들춰냈다. 올해 LG전자가 삼성전자가 광고하는 QLED TV가 자발광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LCD TV라며 지적한 반면 삼성전자는 OLED TV의 번인 이슈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양사의 광고 신경전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맞신고까지 이어졌다. 

사실상 경쟁사의 대표 모델인 QLED TV와 OLED TV를 대립각으로 세운 양사의 비방전은 지난 2016년 이후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QD디스플레이'를 낙점하면서 양사 공방의 새로운 대목으로 들어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삼성전자에 TV용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0월 13조1000억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개발을 완료,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장 가동은 2021년부터 시작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구체적으로 개발 방향성을 밝히진 않았으나, 업계선 LG디스플레이의 WOLED 방식과 경쟁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TV 사업 방식 역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QLED TV와 마이크로LED TV를 사업의 양축으로 내세워왔다. 업계 관계자는 "TV의 경쟁력은 결국 패널이 좌우한다. 시장 2위인 LG전자가 OLED TV를 앞세워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해왔던 이유"라면서 "LCD 패널 수익성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로서도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경쟁력에 대해 고심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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