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우호 보다 피해자 중심주의와 인권 중요
반인도적 범죄행위 전제 안한 청구권협정, 개인청구권 소멸 안 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했지만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입장 차이가 여전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라며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책임지고 강제동원 해결책을 제시해 건전한 한일 관계를 만들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며 해결에 속도를 내자고 했다.

여기서 한국 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은 국가 간 우호를 위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강제동원 판결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한국 대상으로 수출 규제를 하고 한국도 지소미아 종료 방침에 나서면서 갈등 상태에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 중심주의와 인권을 무시해선 안 된다.

국가 간 우호를 위해 피해자 목소리와 인권을 무시하면 이 자체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민심과 국민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특히 문 정부는 ‘촛불 민심’으로 탄생했다.

또 국가 간 우호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킨 합의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더욱 악화 시킨다는 것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에서 경험했다. 이 두 협정과 합의로 한국 정부는 피해자에게 또 한 번 눈물을 흘리게 했고 한일 관계는 더 나빠졌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를 배제한 채 맺은 이 두 개의 협정과 합의는 과거사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주장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주장하듯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협정은 식민지배 불법성과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전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구권 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강제 동원 피해자의 법적 배상을 부인했다.

이에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개인청구권은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어겼다며 강제동원 해결책을 한국이 제시하라고 한다. 식민 지배 시기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해법을 서두르면 안 된다. 일본 정부와 화해를 위해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제시켜준다면 국민은 등을 돌리고 한일 관계 갈등은 더 곪아 터진다.

정부는 일본과 강제동원 해결책을 찾아 나서되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시켜야 한다.

강제동원 문제 해법은 한일 양국의 ‘화해’보다 일본 그리고 한국 정부가 피해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의 책임은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인정과 사과, 배상을 말한다. 한국 정부의 책임은 정부로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할 의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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