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대책으로 심리 위축에 거래량 급감하다 절세 위한 법인설립 증가하며 거래 물꼬
신축이 시세 이끌고 재건축이 뒤따라 키 맞추는 형태로 오름세
강력한 12·16 대책 기습발표···효과는 아직

올해 부동산 시장은 상반기 안정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접어들면서 급속도로 상승세로 반전하는 흐름을 보였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올해 부동산 시장은 상반기 안정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접어들면서 급속도로 상승세로 반전하는 흐름을 보였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2019년 부동산 시장은 상반기와 하반기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상반기에는 직전해인 2018년 9·13 부동산 정책 발표의 여파로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이어졌다. 국지적으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일시적인 가격상승을 보이기도 했지만 각종 규제책으로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된 만큼 움직임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전반적으로 안정된 가격을 형성했다.

그러다 상반기의 막달인 6월 들어서면서부터는 시장에 반전의 조짐이 드리웠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사에도 불구하고 서울 지역에서는 신고가가 속출했다. 지방 역시 주요 거점 광역시를 중심으로 100대 1을 훌쩍 넘어버리는 청약경쟁률이 나오는 등 수도권의 뜨거운 부동산 열기가 확산됐다. 정부의 서슬퍼런 규제와 자금출처조사 강화 등 감시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추가 금리인하 등 투자수요 유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주택시장은 일부 지역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도시를 제외하고는 급등이 이어졌다.

◇고강도 세금규제에 절세 꼼수용 법인설립 증가···매물잠김만 심화됐다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9·13 종합대책이다. 2018년 9월 13일 발표된 이 시장 안정화 방안은 종합부동산세 인상 및 과세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다. 부동산 보유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내게 하면 다주택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이듬해인 올해 상반기에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며 주택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했다. 고가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 또는 다주택자를 타깃 삼은 것으로 업계는 약 25만 명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단 정부의 대책발표는 매수심리를 위축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주택 매매거래량은 총 38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거래량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또 올해 1월에는 월간 통계로 4년 6개월 만에 서울 집값이 하락 전환했다. 올 1월 서울의 경우,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80% 가량 거래량이 급감할 정도로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시장은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은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과는 정반대로 전개됐다.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는 가격이 계속 유지된다는 기대감이 형성돼있는 탓에 다주택자들이 법인설립 등을 통해 양도세 중과를 피하는 등 절세전략을 취하며 버티기에 돌입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9·13 대책이 나온 지난해 3분기에는 2297개 신설 부동산 법인이 세워졌지만 4분기 2957개로 급격히 늘어났다. 올해 1분기에는 3151개 설립됐다. 9·13 대책 직전에 비해 부동산 법인 설립수가 1000건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법인을 설립하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절약할 수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기 때문이다. 두 채인 상황에서 매각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기본세율(6~42%)에 10%포인트를 가산한다. 세 채 이상일 경우에는 20%포인트를 가산해 양도소득세를 계산한다. 반면 법인은 이 같은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다주택자들은 법인을 하나씩 세우며 보유 중이던 주택을 법인 명의로 넘겼다. 심지어 법인의 경우 대출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을 악용해 매맷가의 80% 가량을 대출을 받아 주택을 추가 매입하기 시작했다. 결국 시장에 매물은 풍성하기는커녕 씨가 말랐다. 기존에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임대사업자 매물 등록 등의 정책을 펴낸 것도 고갈현상에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수요는 있다 보니 결국 드문드문 시장에 나오는 거래 가능한 매물의 몸값은 높아만 졌다.

청약시장에서도 다주택자들의 투자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부는 앞서 1순위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청약가점제를 통한 당첨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편해 무주택 실수요자만이 청약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들이 청약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는 물량을 이른바 현금부자들이 ‘줍줍’하기 시작하면서, 청약시장 내 잠재웠던 투기열풍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정부는 6월 말 이마저도 원천 차단하면서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갔다.

정부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지정 등으로 투기세력이 조성된 지역의 핀셋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여기에 9·13 대책으로 과세대상 확대까지 시행하며 대출, 세제, 청약제도 개편 등 전방위적 규제를 시행했음에도 집값이 뜀박질했다. 국토연구원이 밝힌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도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인 9·13 대책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11월 이후 하강국면을 유지하다 5월 보합국면에 접어든데 이어 6월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둘째 주부터 32주간 하락세를 보여 온 서울 아파트 가격 흐름도 6월 넷째주 보합 후 7월 첫째 주부터 34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결국 상반기에 분양가상한제 시행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분양가 상한제 발표에도 시장은 3.3㎡ 당 첫 1억 돌파로 고삐 풀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 국회에서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시사했다. 그는 “서울의 분양가 상승률이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의 2배 이상으로 높다”면서 “청약시장은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인데, 무주택 서민들이 부담하기에는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인 게 사실”이라며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은 아랑곳 않고 계속 상승릴레이를 펼쳤다. 그나마 거래가 자유롭고 최근 주택시장 트렌드인 직주근접 신축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 인근의 구축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가 키를 맞추며 전체 집값이 올라가는 형국이 됐다. 결국 8월 12일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위한 시행령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즉각 시행이 아니라 시행령 개정 후 시행이었다. 게다가 일부 재건축 사업장이 재산권 침해에 따른 위헌소지까지 문제삼자 정부는 관리처분인가 이후 정비사업 단지에 대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유예한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시장은 더욱 날뛰었다. 이즈음 해서 3.3㎡ 당 1억 원을 돌파한 첫 주택거래가 성사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59㎡(구 24평형)가 8월 중순 24억5000만 원에 거래된 것이다. 이는 6개월 전 같은 타입이 거래된 가격에 견주어보면 5억8000만 원이나 뛴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이 아파트 전용 84㎡(구 34평형)도 2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반포주공1차, 신반포3차 등 한강 조망의 재건축을 기다리는 아파트들도 줄줄이 3.3㎡당 1억 원 후보로 대기할 정도로 서울 집값은 고삐가 풀렸다. 3.3㎡당 1억 원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천장을 뚫은 이유로 정부의 주춤거림을 꼽는다. 7월 김현미 장관의 분양가상한제 도입 시사, 8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위한 시행령 발표, 9월 분양가상한제 일부 사업장 유예기간 도입 등이 시장에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3기신도시 보상 문제로 인한 유동성 강화 및 SOC 예산 집행 강화도 주택 구입 수요층을 자극했다.

결국 정부는 12월 16일 기습적으로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크게 4가지로 축약된다. ▲투기적 대출 수요를 규제로 강화 ▲공시지가 현실화를 통한 과세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대폭 확대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확대 등이다. 예고없이 등장한데다 강도 높은 규제여서 시장에는 대혼란이 왔다. 특히 시가 15억 원을 넘는 주택에 대해선 대출이 전면 금지되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자금출처를 더욱 철저히 감시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일부 고가주택은 준 허가제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까지 이어졌다. 강력한 한방이었지만 대책이 발표되고 열흘 남짓 지난 시점이어서 매수, 매도자 모두 관망세 돌입한 상태다. 업계는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등 대책의 실효성을 보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