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의 희열부터 양준일까지

“이 좋은 걸 어르신들만 봤단 말인가.”

KBS 정규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이 기획되기 전부터, 유튜브에서는 이미 씨름 영상이 입소문을 타고 조회수를 높이기 시작했다. 씨름은 전통적인 스포츠라기 보다 민속놀이에 가까웠고, 한동안 씨름 경기장에는 관중 또한 드물었다. 

그러나 올해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잘생기고 날렵한 씨름선수들의 영상이 한동안 화제가 됐고, 결국 ‘체급별 원픽은 하나씩은 있어야’한다는 씨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공중파에 편성된 것이다. 영상으로만 씨름을 접하고 그토록 직관을 바라던 다양한 연령대의 콘텐츠 수집가들은 환호를 질렀다. 

이는 단순히 잘생기고 멋있는 씨름선수에 열광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확산되지 않았던 콘텐츠의 발굴은 다양한 문화적 부가가치를 발생시킨다. 오랜시간 마치 ‘한물간’것처럼 취급되었던 씨름이,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고 새로운 방식으로 유통되면서, 대중문화로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은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콘텐츠 수집가들은 지나간 영화 프린트를 수집하거나 음반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수집욕을 채워온 바 있다. 이러한 수집가들은 수집물에 손상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관람과 청취를 최대한 자제하며(마치 최애의 굿즈를 보관하는 것마냥), 희소한 콘텐츠에 대한 자신들의 취향에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나 과거 세대의 콘텐츠를 소유함과 동시에 그것들을 다른 팬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은 이러한 큐레이션 과정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현재 콘텐츠 수집가들은 ‘복고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의 일환으로 회귀한 콘텐츠들을 디지털화하고, 유튜브에 포스팅하는 작업들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의 아카이브된 미디어 콘텐츠는 온라인 상에서 엄청난 가시성을 획득하게 되고, 새로운 대중들은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과거의 가치들을 재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의 콘텐츠 수집가들이 수집품에 대한 정서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거의 모든 사용가치들을 제거했다면(그저 보관만 했다면), 새로운 복고 콘텐츠 팬들은 잊혀진 콘텐츠들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면서 그들의 사용가치를 복구 시킨다. 따라서 오래된 콘텐츠들은 단순히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텍스트의 창출과 새로운 하위문화 커뮤니티 창발을 유도해 새로운 창작과 실천에 영감을 준다. 

JTBC의 ‘슈가맨 시리즈’는 이런 콘텐츠 수집가들의 욕망을 충분히 이행시켜준다. 최근 출연한 ‘리베카’를 부른 가수 양준일은 ‘30년을 앞서간’ 희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온라인에서 인기를 구가했던 인물이다. 탑골공원을 비롯해 과거의 영상을 발굴하고, 과거 안에서 현실을 발견한 콘텐츠 수집가들의 욕망이 결국 미국에 있는 그를 대중적인 미디어 앞으로 끌어당겨놓았다. 결국 콘텐츠로 세대 대통합이 이뤄지는 것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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