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새로움이 에너지인 스타트업 생태계···섣부른 독과점 판단은 지양해야

올해는 국내 스타트업의 굵직굵직한 M&A(인수합병) 소식이 3건이나 있었다. 지난 9월 영국 CVC캐피탈에 인수된 여기어때, 이어서 10월 미국 코그넥스에 인수된 수아랩, 그리고 지금 가장 뜨거운 감자인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의 우아한 형제들 인수 소식이다. 인수금액으로만 따지면 여기어때가 기업가치3000억원, 수아랩이 2300억원으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우아한형제들이 무려 약 4조7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사상 최대금액 인수 기록을 세웠다.

여기어때와 수아랩 인수소식의 경우 그다지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해외로부터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국내 스타트업이라는 점이 부각돼 좋은 소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우아한형제들 인수 소식은 사정이 달랐다.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매우 가깝고 친근하게 느꼈던 서비스인 탓일까, 수많은 네티즌들이 관심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른 인수합병 소식과 달리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이유는 바로 독과점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불이익을 우려해서다. 딜리버리 히어로가 소유한 요기요와 배달통에 맞선 토종 배달앱으로서 시장의 질서를 지키는 일종의 자존심과 같았고, 실제로 그러한 마케팅을 펼쳤던 배달의민족으로부터 갑작스런 독일 자본으로의 매각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일종의 배신감과 우려를 표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선 이번 인수가 독일 자본으로 국부가 유출되는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해외 자본들의 국내 기업 인수 소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창업자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는 크게 보면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회사를 발전시켜 주식시장에 상장을 시키는 기업공개(IPO), 그리고 또 하나는 큰 기업에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인수합병, 엑싯(Exit)이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일종의 엑싯을 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명실공히 국내 1위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은 왜 독일의 공룡회사인 딜리버리 히어로를 선택했을까?

여기어때와 수아랩 인수 소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규모가 큰 인수합병 사례는 보통 해외 자본을 통해 일어났다. 배달의민족을 국내 대기업이 인수하여 국내 회사 소유로서 더 크게 발전시켜 세계로 뻗어 나갔다면 물론 아주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그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사실 국내 기업에 인수되거나 한국 증시에 상장을 하는 것은 국내의 비교적 작은 자본시장 규모에서 생각해 볼 때 차라리 훨씬 더 큰 시장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대기업에 흡수되는 편이 자금 조달이나 기회 면에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혹은 알리바바처럼 미국같은 큰 자본시장을 가진 나라 증시에 직접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딜리버리 히어로의 경우 독일 증시에 상장돼 있는 거대 회사이며, 독일 증시의 시가총액 규모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자본이 몰리는 시장이다. 배달의민족으로서는 꽤 괜찮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음과 동시에, 선진 자본시장 상장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이번 인수가 꽤나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를 독과점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좀더 큰 시각에서 새롭게 등장한 경쟁 기업들과 묶어 배달 시장의 일부로 볼 것이냐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통적인 산업 분야와 달리, 혁신이 중요시 되고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영역이기에 섣불리 독과점이라 단정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라는 큰 허들을 넘어야하는 배달의민족, 그들의 지혜롭고 센스있는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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