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시 강경대응 시사하면서도 농담 던지며 유화 제스처도 보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당초 북한이 예고했던 ‘성탄절 선물’과 관련, 관망과 경고 제스처를 보여 주목된다. 그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켜보자”고 말해 관망 모드를 연출했다. 반면 북한이 군사적 움직임을 보일 경우 성공적 처리를 공언하는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성탄절을 맞아 군장병과 영상 통화를 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그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경우에 대한 추가 질문이 나오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아마도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며 “미사일 시험발사가 아니라 예쁜 꽃병 같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모두가 내게 놀라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놀라움이 생기면 나는 처리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트럼프 발언과 관련, CNN 방송은 미국 군 당국자들이 북한 성탄절 선물과 관련,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예상하며 트럼프는 마러라고의 아치형 천장 밑에서 북한의 불길하고 즐겁지 않은 약속에 대해 낙관적이고 농담조 접근법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의 성탄절 선물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보도했다.

CNBC 방송도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위협이 어른거리는 가운데, 트럼프는 핵으로 무장한 국가의 레토릭(수사)에 대해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자 접근법’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잠재적 위협에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던 김 위원장에게 자신을 실망하게 하거나 자극하지 말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담은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그는 북한의 두 번째 ‘중대한 시험’ 발표 이후인 지난 16일에는 “무언가 진행 중이면 나는 실망할 것”이라고 김 위원장에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연쇄적으로 통화를 갖고 북한의 궤도이탈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를 추진했다.

최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 중, 일 방문 기간 북미 간 접촉을 시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외교적 해법이 최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며 대북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필요하다면 오늘 밤에라도 싸워서 승리할 준비를 하는 높은 대비태세 상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북한의 성탄절 선물 언급에 “그 무엇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ICBM 도발 등을 감행할 경우 그동안 북한과의 유연한 외교관계를 치적으로 내세워왔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 가도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열릴 예정인 노동당 전원 회의와 김 위원장 신년사 등에서 가닥이 잡히는 북한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며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5일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북의 도발에 대비해 지상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를 가동하고, 해상에서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SPY-1D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이 출동하는 등 한반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