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3분기까지 실적 1위 굳건···KB금융, 디지털 사업에서 두각
우리금융, 중소형사 M&A로 3위 경쟁 본격화···하나금융, 더케이손보 인수 여부 촉각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1등 금융그룹으로 올라서려는 4대 금융그룹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바탕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굳건히 지켜 나갔으며, 올해 초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 우리금융그룹은 중소형 M&A를 성공시키며 3위 경쟁에 불을 붙였다.

KB금융그룹은 새로운 혁신금융 서비스 Liiv M(리브 엠)을 출시하며 디지털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하나금융그룹도 최근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내년에는 금융그룹의 이익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업의 부진이 예상됨에 따라 생존을 위한 각 금융그룹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효과 ‘톡톡’···신한금융, 리딩뱅크 수성 전망

최근 수년째 치열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리딩뱅크 경쟁은 올해에도 신한금융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한 차례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던 신한금융은 지난해 재탈환에 성공한 후 올 3분기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신한금융은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8960억원으로 지난해(2조6434억원)에 비해 9.6% 늘어났다. 반면 KB금융은 지난해(2조8688억원)에 비해 3.20% 줄어든 2조7771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두 그룹 간 순익 격차는 1189억원으로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1년 전체 순익에서도 신한금융이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수성에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의 지분 59.15%를 인수한 신한금융은 올해 초 자회사 편입을 승인받았다. 오렌지라이프의 실적은 올 1분기부터 반영되기 시작했고 3분기 동안 총 1251억원의 순익을 신한금융에 가져다줬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오렌지라이프 인수와 리딩뱅크 수성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3일 사실상 연임을 확정짓기도 했다.

또한 신한금융은 내년 초 오렌지라이프 잔여 지분 인수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연간 3000억원 수준의 실적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더 큰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글로벌 부문에서도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 3분기 기준 신한금융의 글로벌 부문 당기순이익은 292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450억원)에 비해 19% 늘어났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의 3분기 순익은 94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748억원) 대비 26.07% 증가했다.

조 회장은 지난 19일 임원 인사를 통해 신한은행의 부행장을 대폭 물갈이했다. 임기가 끝나는 9명의 부행장급 임원 중 6명이 퇴임하게 됐는데 이들 중 5명은 1962년생 이상이다. 계열사 CEO들을 대부분 연임시키며 안정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은행 내부에서는 ‘세대교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 리브 엠과 인사이트 지점으로 IT 부문 두각···푸르덴셜생명 인수 여부 주목

KB금융은 올해 IT 부문에서 주로 두각을 나타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0월 KB국민은행이 공개한 혁신금융 서비스 ‘리브 엠’이다. 리브 엠은 기존 통신망을 빌려 가상이동통신망을 짠 뒤 재판매하는 알뜰폰(가상이동 통신망, MVNO) 서비스로 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고객들에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리브 엠을 통해 종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과 통신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증권·보험·카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IT 전문 인력으로만 운영되는 ‘KB InsighT 지점’을 열기도 했다. 인사이트 지점에는 IT 인력이 고객들과 소통하며 디지털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으며 금융 아이디어 또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기업이 창구에서 사업 제안을 할 수 있는 ‘테크 데스크’도 마련돼 있다. 국내 은행 최초의 무인점포 ‘디지털 셀프점’도 지난 10월 신설됐다.

자료=각 사/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각 사/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미래에는 알리바바·구글과 같은 IT기업이 KB의 경쟁자일 수도 있다”며 직접 직원들에게 IT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윤 회장은 향후 안정에 중점을 두고 KB금융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일 실시한 계열사 CEO 인사에서 모든 CEO들을 연임시킨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번주로 예정된 지주사와 은행의 임원 인사에서도 안정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신한금융 추격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지난 3분기 기준 K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82억원으로 신한금융의 생보 계열사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는 상태다. 지난 3월 주주총회 자리에서는 윤 회장이 직접 생보사 인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3분기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464억원으로 업계 7위에 해당하며 지급여력비율은 515%로 업계 1위 수준이다. 추가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인수에 성공할 경우 그룹 비은행 부문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함께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금융과의 경쟁이 변수로 남아 있다.

◇4년 만에 금융지주 재출범한 우리금융, 중소형사 인수로 M&A ‘몸풀기’

지난 1월 우리금융그룹은 4년 만에 금융지주사로 재출범했다. 손태승 회장이 1년 동안 은행장을 겸직하며 성공적인 출범 원년을 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 회장은 지주사를 출범하면서 “1등 종합금융그룹을 달성하자”고 리딩뱅크를 향한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7월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하며 지주사 전환 후 첫 M&A를 단행했으며 이어 국제자산신탁도 인수했다. 표준등급법 적용으로 BIS비율이 낮아져 대형 M&A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소형사를 통해 조금씩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인수에도 함께 참여해 향후 카드사 인수의 가능성을 열어뒀으며 우리카드와 우리종금 자회사 편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롯데카드 인수전에는 3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하나금융도 함께 참여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금융은 내년 내부등급법이 적용된 후 좀 더 공격적으로 M&A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적은 다소 감소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665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우리은행(연결 기준)의 실적 1조9034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발생한 충당금 환입(약 3100억원) 등 일회성 요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하나금융은 올해 비교적 소극적인 한 해를 보냈지만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40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8921억원)보다 27% 증가했다. 최근에는 더케이손보 인수전에 참여하며 선두 그룹에 대한 추격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

더케이손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종합손해보험사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은 83.02%의 높은 은행 의존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보험사 또는 카드사 인수가 급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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