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연이은 해외수주 낭보···3년 만에 수주액 ‘3조원 달성’ 코앞
‘라오스 악재’ 돌파한 SK건설···불모지 유럽에서 활약
한화건설 이라크 신도시 사업 발판 ‘승승장구’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난해 건설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통’으로 불리는 임원진들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혔다. 대표적으로 김형 대우건설 사장, 안재현 SK건설 사장,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 등이 있다. 이들은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며 각 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 나이지리아·이라크서 광폭행보···해외수주액 3조원 달성 코앞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올해 들어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사장은 연말까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신규 수주한 8건의 공사 중 김 사장 취임 이후 수주한 건은 총 3건에 불과했다. 금액으로 봐도 총 금액(18억6406만 달러)의 11.69%(2억47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 해외 곳곳에서 공사를 따내며 국내 건설사 중 가장 주목받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대우건설은 지난 9월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 7 설계·조달·시공(EPC)’의 낙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해외 건설사가 선점한 LNG액화 플랜트 분야에서 국내 건설사 최초로 원청으로 수주하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수주금액만 1조5000억∼2조원에 달한다. 총 4건의 신규수주(총 계약금액 약 5500억원)를 기록한 이라크 ‘알 포 신항만공사’ 역시 대표적 해외수주 성과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알 포 방파제 추가 공사, 4월 알 포 컨테이너터미널 1단계 공사, 8월 알 포 접속도로 공사 등을 수주했다. 향후 이 지역에서 나오는 발주 물량을 대우건설이 확보할 확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수주의 광폭행보로 대우건설은 3조원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우건설의 공사 계약금은 20억7021만 달러로 환산하면 2조4000억원 규모다. 그 외에 추가분이 반영되면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우건설이 연간 3조원 규모의 해외수주액을 기록하는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대우건설의 연도별 해외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2015년 3조57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6년 1조594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작년 수주액은 1조7014억원에 불과했다.

해외사업 정상화는 대우건설의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대우건설의 매각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김 사장이 회사 안팎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있는 만큼 내정 당시부터 일었던 낙하산 논란과 자질 문제는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안재현 SK건설 사장, 라오스 악재 돌파···불모지 유럽 시장에서 선전

SK건설은 올해 국내 건설사의 불모지였던 유럽 시장을 선점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지난 6월 수주한 영국 런던 실버타운 터널공사는 민관협력사업(PPP) 종구국인 영국에서 국내 건설사가 최초로 진출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벨기에 PDH플랜트 기본설계를 수주한 것도 고무적이다. 기본설계 수주는 향후 미래 먹거리 확보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기본설계 분야는 미국이나 유럽 업체들의 기술 장벽이 높아 국내 업체가 쉽게 뛰어들지 못했던 시장이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라오스 악재를 돌파하고 국내 건설사들의 불모지로 꼽히던 유럽 시장에서 선전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라오스 댐 붕괴사고 현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SK건설의 유럽 수주 시장 선전은 지난해 여름 발생한 라오스 댐 악재 우려를 보기 좋게 뒤집은 결과다. 업계에서는 라오스 댐 붕괴 사고로 인한 신인도 하락으로 SK건설이 해외 수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유럽 시장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해외통으로 불리는 안 사장이 있다.

안 사장은 지난해 1월 SK건설 사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SK그룹은 글로벌 시장 전문가인 안 사장을 불러 부진했던 해외 수주 타개를 모색했다. SK그룹의 결정은 적중했고, 안 사장 역시 전공 분야에서 실력 발휘를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 안 사장 입장에서는 신규 해외 수주를 통해 큰 부담감을 털어냈다.

실적도 상승세다. SK건설의 올해 3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크게 올랐다.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5476억원과 16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7%, 5.9% 상승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해외에서 올해 눈에 띄는 수주가 이뤄졌다는 점과 전년보다 실적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안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 이라크·베트남서 신도시 사업 박차

해외에서 잔뼈가 굵은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 역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 사장은 1977년 한화건설에 입사해 BNCP(이라크 비스마야 뉴시티 프로젝트·Bismayah New City Project) 건설본부장, 해외부문장 등을 역임한 40여년차 ‘한화맨’이다. 2014년 12월 부사장에 오른 뒤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사장 자리에 올랐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2년 101억 달러(한화 약 12조원)에 수주한 이라크 BNCP 공사 진행이 속도를 내면서 실적이 확대되고 있다. BNCT는 이라크 비스마야에 6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10만 세대 규모의 주택을 짓고 이와 연계된 도로, 상하수도, 교육시설, 병원, 경찰서 등 사회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한화건설이 진행한 이라크 비스마야 BNCP 프로젝트 / 사진=한화건설
한화건설이 진행한 이라크 비스마야 BNCP 프로젝트 / 사진=한화건설

특히 최 사장은 그동안 한화건설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BNCP 사업을 지난해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이 기간 매출액은 22.9% 상승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 공으로 최 사장은 사장까지 승진했다. 한화건설은 올해 BNCP를 통한 매출이 전년 대비 39.0% 증가한 71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59.7% 증가한 1조1500억원이 될 전망이다.

한화건설은 비스마야를 발판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신도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최근 베트남 산업단지·신도시 개발공사인 베카멕스(BECAMEX IDC)와 베트남 빈증신도시 개발 사업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건설은 빈증신도시 내 상업·주거시설 개발과 투자에 협력하고, 베카멕스가 소유한 토지 개발에 대한 협의도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수주 호조세로 최근 몇 년간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거둔 한화건설은 지난 9월과 11월 난달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2개사(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A-등급(안정적)으로 상향조정 받았다. A- 등급으로 복귀한 것은 3년 9개월 만이다. 한화건설은 대규모 복합개발사업 및 해외사업 매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내년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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