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 이슈부터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까지

넥슨 시위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 ‘스타팅포인트’는 9월 성남 판교 넥슨사옥 앞에서 지회 창립 1주년을 맞아 고용 안정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 사진=원태영 기자

게임업계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냈다. 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넥슨 매각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부여, 계속되는 중국 판호 이슈 등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은 한 해였다. 그밖에도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과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도 게임업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게임업계 충격에 빠뜨린 넥슨 매각 이슈

국내 게임업계는 1위 게임사 넥슨 매각 소식에 연초부터 들썩였다. 이후 매각설은 사실로 밝혀졌고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김정주 NXC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NXC 지분 98.64%를 매각하기로 하고 인수 희망 업체들과 협상을 벌였다. 

넥슨 매각은 본입찰이 세 차례나 연기된 끝에 카카오와 넷마블, 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등 5곳이 참여해 경합을 벌였다. 김 대표는 인수 희망 업체들과 협상을 계속했으나 결국 매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업계는 최소 10조원으로 추정되는 높은 몸값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불발에 국내 게임업계는 한숨 돌렸지만 당사자였던 넥슨은 지금까지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대규모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비롯해 흥행에 실패한 게임들을 대거 정리했다. 넥슨의 개발 기조 역시 ‘다양성’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바뀌었다.

◇WHO, 게임 질병코드 부여…사회적 합의 여전히 ‘난항’

WHO는 지난 5월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국제 질병 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 최종 의결에 따라 ‘게임중독=질병’이라는 공식이 결국 현실화됐다. 게임이용장애에는 ‘6C51’ 코드가 부여됐으며, 정신적·행동적·신경발달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됐다. ICD-11의 효력은 오는 2022년부터 발생한다. 다만 ICD-11의 경우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각 회원국은 각자의 사정에 맞게 이를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ICD를 기초로 한국질병분류코드(KCD)를 5년마다 개정하고 있다. 현재 KCD는 2020년 고시를 목표로 8차 개정 작업까지 진행됐다. ICD-11 효력이 오는 2022년부터 발생하는 만큼, 빠르면 9차 개정 시기인 2025년부터 게임중독 질병 분류 내용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도입과 관련한 의료·교육·게임업계 등 입장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정책 수립에 앞장서야 하는 각 정부 부처의 입장마저 상이한 상황이다. 게임 질병 코드 도입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자, 정부는 뒤늦게 국무조정실 주도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내년부터 질병 코드 국내 도입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연구와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계속되는 중국 판호 문제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의 판호 발급 제한으로 인해, 지난 2017년 이후 중국 시장 진출 길이 사실상 막혔다. 올해에도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의 성토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판호 발급 신청 후 2년이 넘도록 중국 정부의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사후약방문’과 ‘우이독경’으로 현 상황을 정의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국회에서 판호 문제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 중국 정부의 게임 판호 미발급에 항의해 중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위에도, 중국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중국 판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은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과 정부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부분은 학계와 민간이 나서 이슈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양우
박양우 문체부 장관. / 사진=원태영 기자

◇게임업계 오랜 병폐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

올 한 해 게임업계에 악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된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이 있다. 올해 넥슨을 시작으로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등 게임사들이 잇달아 포괄임금제 폐지에 동참했다. 

포괄임금제란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 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임금 제도다. 도입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업체들이 포괄임금제를 야근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포괄임금제 폐지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최근 게임업계의 근로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 노조들의 입김도 점차 세지고 있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사측에 고용 안정을 촉구하기 위해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으며, 향후에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16년 만에 폐지된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박양우 문체부 장관 친게임 행보 ‘눈길’

게임업계의 또 다른 호재는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폐지다.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는 성인은 50만원, 청소년은 7만원까지 월 결제액을 제한하는 규제다. 게임에 대한 사행성 논란이 불거지자 게임업계가 지난 2003년 자율규제로 시작했다. 

이후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전신인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지난 2007년부터 게임의 등급 분류를 신청할 때 작성하는 게임기술서에 이용자의 구매한도액을 기술하도록 했다. 월 결제한도가 성인 50만원, 청소년 7만원을 초과하면 등급 분류 자체를 해주지 않아 사실상 게임 출시가 불가능했다.

월 결제한도는 법적 근거 없이 관행으로 굳어져 성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아울러 애플·구글 등 외국계 플랫폼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하는 모바일게임에는 적용하지 못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받았다. 

결국 문체부는 지난 6월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 개정을 통해 온라인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게임업계의 숙원 가운데 하나가 해결된 것이다. 다만 청소년 월 7만원 결제한도는 기존대로 유지된다. 결제한도 폐지 이후 게임업계는 자가 한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친게임 행보도 눈길을 끈다. 박 장관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이번 결제한도 폐지 역시 박 장관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개최된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에도 참석했다. 문체부 장관이 게임대상 행사에 참석한 것은 4년 만이다. 그는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사업자 시각에서 재검토하고 업계 의견을 반영해 내년 게임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겠다”며 “정부는 여러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사진=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사진=엔씨소프트

◇하반기 돌풍 일으킨 모바일 RPG 3파전

올 하반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모바일 RPG 격전이 펼쳐졌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M’, 넥슨 ‘V4’, 카카오게임즈 ‘달빛조각사’ 등이 맞붙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카카오게임즈다. 달빛조각사 출시를 통해 초반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달빛조각사는 누적 독자 수 500만의 인기 판타지 소설 ‘달빛조각사’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신작으로, 원작 속 방대한 세계관과 독특한 콘텐츠를 그대로 구현해 이용자들이 마치 소설 속 가상현실 게임 ‘로열로드’에 접속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넥슨 V4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V4는 ‘빅토리 포(Victory For)’의 줄임말로 ‘히트’ ‘오버히트’ 등 전작들을 통해 개발력을 입증한 넷게임즈의 세 번째 신작이다. V4는 모바일환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터 서버 월드’, 자산 가치를 지켜주는 ‘자율경제 시스템’, 언리얼 엔진4로 구현한 ‘6개 테마의 오픈 필드’, 독립적인 전투 구조로 설계된 ‘6개 클래스’ 등을 갖췄다. 인터 서버는 V4의 차별화 포인트다. 최대 5개 서버에 속한 이용자가 한 공간에 모여 초대형 연합 전투와 고도화된 전략 전투를 펼칠 수 있다.

그러나 빅3 대전의 진정한 승자는 역시 리니지2M이었다. 리니지2M은 지난 2017년 6월 ‘리니지M’의 성공 이후 엔씨가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9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니지2M을 직접 소개하며 “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게임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리니지2M은 출시 직후 약 900일 동안 매출 1위를 지켜 왔던 리니지M도 넘어섰으며, 현재에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출시 초반 ‘클래스 뽑기’ 시스템으로 유저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으나, 게임성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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